트럼프 “가장 위대한 합의”, FT “中 양보없이 휴전, 시간은 중국 편”

입력 2019-10-13 16:21
신화뉴시스

미국과 중국이 ‘농산물 구매’와 ‘추가 관세인상 보류’ 등 일부 조건을 주고받는 부분적 합의(스몰딜)를 하면서 무역전쟁이 다시 휴전 모드로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스스로 “위대한 합의”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서 거의 양보를 하지 않은채 무역전쟁 휴전을 이끌어낸 중국이 실질적인 승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중국과의 부분적 무역합의에 대해 “미국 농가를 위해 이뤄진 가장 위대한 합의”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트윗에서 “내가 중국과 이뤄낸 합의는 이 나라 역사상 위대하고 애국적인 농부들을 위해 이뤄진 가장 위대하고 큰 합의”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 이렇게 많은 상품이 (미국에서) 생산될 수 있느냐가 문제”라며 “우리의 농부들이 알아낼 것이다. 고맙다, 중국”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이 400억~500억 달러 규모의 엄청난 농산물을 구해하기로 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미 민주당의 탄핵추진 등 정치적 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핵심 지지층인 농민들의 지지를 얻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는 ‘농부의 날’을 축하하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주력 수출품인 보잉 항공기도 거론했다. 그는 “합의의 다른 면들도 대단하다”며 “기술, 금융서비스, 보잉 항공기에 160억∼200억 달러 등이다. 하지만 농부들은 정말로 횡재를 했다”고 밝혔다. 이는 무역협상에서 중국에 보잉 항공기를 판매키로 합의했다는 의미인지, 향후 협상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인지 주목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무역합의가 200억 달러 어치의 보잉 항공기 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1일 백악관에서 중국측 협상 대표인 류허 부총리와 만난뒤 기자들에게 “매우 실질적인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양측이 중국의 미 농산물 구매, 통화, 일부 지식재산권 보호 문제를 다루는 1단계 합의에 도달해 무역전쟁 종결에 매우 근접해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합의문 작성까지는 “3∼5주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AP 등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15일부터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30%로 올리려던 계획을 중단키로 했다. 중국은 40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미 농산물을 구매하는 방안에 동의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합의 내용에 중국이 금융서비스 시장 개방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측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12월부터 시행될 관세에 대해서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협상 결과와 관련, “우리는 주요 문제들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를 갖고 있지만 할 일이 더 많이 있다”며 “우리는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철회 여부를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은 므누신 장관과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이끄는 미 대표단과 10일부터 이틀 간 협상을 벌였다.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 서방에선 중국의 실질적인 승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재선을 위해 경제를 일으켜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못할 것을 간파하고 거의 양보를 하지 않고도 무역전쟁 휴전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캠페인을 시작하기 전에 무역전쟁을 끝냈어야 했는데 때를 놓쳤다”며 “미국은 관세폭탄을 더 이상 쓸 수 없을 것이다. 이제부터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FT에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양보없이 무역전쟁 휴전을 선언하자 미국내에서도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중국이 외국기업에 기술이전 강요 금지나 국영기업 보조금 금지 등 구조적인 개혁을 약속하지 않았는데 미국산 농산물 수입확대 약속만으로 관세 부과 유예를 해줬다는 것이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스콧 케네디 선임고문은 “미국은 향후 관세 인상을 피하고 금융 시장을 안정시킬 방법을 찾고 있었기 때문에 무역전쟁 휴전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 협상 결과에 매우 만족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