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가 이용하는 차량에 유아보호용 장구 설치를 의무화한 이후 현장학습이 줄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주먹구구식 탁상행정으로 유아 학습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유아보호용 장구 장착 의무화 교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7일까지 전국 유치원 교사 1515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다.
유치원 교사의 71.0%는 “유아보호용 장구 의무화 영향으로 지난 1학기 현장학습이 취소되거나 축소됐다”라고 답했다. “현장학습이 취소·축소된 적 없다”는 응답은 27.6%에 불과했다. 2학기 현장학습을 취소하거나 축소할 예정이냐는 질문에 64.7%가 “그럴 예정”이라고 했다. “아니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32.4%였다.
지난해 9월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되면서 모든 운전자는 6세 미만 영유아가 차에 탑승할 경우 보호용 장구를 장착한 뒤 안전띠를 매야 한다. 바뀐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전세버스에 영유아 보호용 장구를 의무화하는 개정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시행 시기는 2021년 4월 24일로 미뤄진 상태다. 전세버스 업체들은 비용 부담을 이유로 영유아 보호 장구를 꺼리는 상황이다. 유치원들이 영유아 보호용 장구가 설치된 전세버스를 구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교총은 “현실을 무시한 법 적용”이라고 밝혔다.
또 체중 18㎏ 이상 유아용 보호 장구는 대다수 전세버스에 설치된 2점식 안전띠(허리 부분만 잇는)와 호환하지 않는다. 아직 제품 개발조차 안 된 상태다. 교총 관계자는 “일선 유치원에선 덩치 큰 아이들을 작은 카시트에 억지로 앉혀 데려가는데 사타구니 등이 쓸려서 학부모 민원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유치원 현장의 어려움에 교육 당국이 준 도움이 있는지에 대해 응답자의 51.9%는 “없다”라고 답했다. “모르겠다”고 대답한 인원은 14.5%였다. 교사들은 문제해결 방안(복수응답)으로 “조속한 유아보호용장구 개발과 개발 전까지 법 적용 유예”(86.0%)와 “유아보호용 장구 장착 편리성·용이성 강화”(78.5%)를 많이 골랐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