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임박 벤투호, 묵묵부답 북한… 위성중계만 실낱같은 희망

입력 2019-10-13 15:03 수정 2019-10-13 15:14
한국 축구대표팀의 파울루 벤투(왼쪽) 감독이 지난 10일 화성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조별리그 H조 2차전 홈경기에서 주장 손흥민을 격려하고 있다. 뉴시스

벤투호가 응원단·취재진·중계진 없이 북한 평양 원정을 떠난다. 국내 지상파 방송 3사가 북측에서 촬영된 영상을 위성 전파로 수신하는 생중계 방식을 논의하고 있지만, 한국 축구대표팀의 ‘외로운 평양행’은 불가피해졌다.

파울루 벤투 감독과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포함한 대표팀 선수단은 13일 오후 5시50분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서 에어차이나 항공기에 탑승해 중국 베이징으로 출발한다. 대한축구협회 실무진 일부를 제외하면 선수단과 동행하는 인원은 없다. 북측이 방북 비자를 위해 필요한 초청장을 선수단과 실무진에게만 발송하면서다.

선수단과 실무진은 베이징에서 하루를 묵고 14일 오후 1시25분 에어차이나 항공기로 평양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어 15일 오후 5시30분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조별리그 H조 3차전 원정경기를 갖는다. 한국은 2전 전승에 10득점 무실점으로 1위, 북한은 같은 전적에 3득점 무실점으로 2위다.

협회는 선수단의 출국을 3시간 앞둔 오후 2시50분 현재 응원단·취재진·중계진을 포함한 남측 추가 인원에 대한 북측의 초청장을 받지 못했다. 선수단과 실무진 이외의 방북은 사실상 무산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협회 관계자는 “추가 인원의 선수단 동행은 베이징행 출국이 임박한 지금, 불가능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당장 북측의 초청장을 받아도 추가 인원의 숙박·항공은 물론 방북 비자 발급을 위한 수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기에 대한 북측의 입장은 불과 3주를 앞둔 지난달 23일에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관계자를 통해 협회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선수단은 베이징을 경유한 1박 2일 일정으로 방북하고, 현지 적응과 훈련을 하루 안에 소화해야 하는 강행군을 벌이게 됐다.

생중계를 통한 국내 방송 여부도 불투명하다.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의 방송 중계권은 홈팀 축구협회가 갖고 있다. 경기의 생중계는 홈팀 방송사가 촬영한 영상을 원정팀에 제공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원정팀 방송사를 들여와 촬영을 허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국내 지상파 방송 3사인 KBS·MBC·SBS는 에이전시를 통해 북한축구협회와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현재 회신은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계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 3사 에이전트가 지난 11일 평양으로 들어가 생중계 협상을 시작했지만 아직 북측의 입장이 전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14일 중으로 협상 결과가 확정될 수 있다. 북측이 위성 전파를 제공하면 지연 중계가 아닌 실시간 생중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달 5일 평양에서 레바논을 2대 0으로 이긴 H조 1차전 홈경기에서 생중계를 허가하지 않았다. 이 경기는 이튿날 조선중앙TV를 통해 녹화 방송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