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눈엣가시 같은 이들 의원에 대한 탄핵 추진도 거론했다.
그러나 미국 헌법은 상·하원의원들의 의정 활동에 대해선 면책특권을 부여하고 있다. 미국 헌법은 또 상·하원의원들을 탄핵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펠로시 하원의장과 시프 정보위원장에게 맞불을 놓기 위해 고소와 탄핵 추진 카드를 꺼냈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송 제기를 행동으로 옮길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간의 혈투는 더욱 격렬해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 보수정치모임 ‘가치 유권자 회의’에 참석해 “법률 참모들에게 ‘소송에서 비록 지는 한이 있더라도 시프 위원장을 고소하라’고 말했다”면서 “미국 국민들도 이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시프 위원장은 하원의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를 진두지휘하는 인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펠로시 의장도 고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률 참모들에게 펠로시 의장에 대한 고소도 지시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는 아마도 그들을 탄핵시켜야 한다”면서 “그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그들은 하는 것은 우리나라에게 끔찍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것(법적소송)을 검토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런 사람들(펠로시 의장과 시프 위원장)을 추적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또 “이들은 나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의 변호사 제이 세큘로우는 “모든 선택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CNN에 말했다. 그는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면서도 “고소 제기가 임박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진영은 민주당 주도의 탄핵 조사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백악관은 하원의 탄핵 조사를 거부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진영은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고소 카드를 꺼내면서 정면충돌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송 제기라는 법적 대응으로 탄핵 조사에 대한 물타기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 당할 수 없다는 절박감과 지지층 결집 의도도 깔려 있다. 고소를 언급할 경우 민주당 의원들이 마치 무언가를 잘못한 것처럼 비쳐지게 할 수 있다는 계산도 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고소와 탄핵 추진을 실제 행동으로 옮길지는 미지수다. 하원의원들은 미국 헌법으로부터 법적 권리를 보호받고 있어 이들에 대한 고소는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고소를 언급한 것은 공갈포라는 주장은 그래서 나온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자들에 대해 법적소송 제기로 압박했다가 행동으로 옮기지 않은 오랜 전력이 있다고 비꼬았다.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감은 하늘을 찌를 정도로 높지만 이번에도 말로만 협박하고 고소는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