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 당첨이 불러온 형제의 비극…형은 살인자, 동생은 싸늘한 주검

입력 2019-10-13 10:42 수정 2019-10-13 10:45

로또 당첨 이후 불거진 두 형제의 사연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평소 깊은 우애를 나누던 형제가 뜻하지 않은 살인자와 싸늘한 주검으로 ‘비극’의 장본인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오후 4시쯤 전주 완산구 모 재래시장에서 빚 독촉을 받던 형(58)이 동생(49)의 목과 등을 수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다는 로또 당첨 행운이 희대의 비극으로 돌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형제간에 벌어진 비참한 살인극의 직접적 동기와 배경에는 수년전 형에게 행운을 안겨준 로또 1등 당첨금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우연히 산 로또의 당첨여부를 확인하던 형은 쾌재를 불렀다. 놀랍게도 로또 1등에 당첨된 것이다.

‘나에게도 이런 행운이 찾아들다니...’

세금을 제외하고 8억여원의 거금을 손에 쥔 형은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단을 내렸다.

‘형편이 어려운 동생에게 집을 한 채 사주고 나머지 가족들에게도 당첨금을 일부 나눠주자’

형은 결심한대로 평소 아끼던 9살 터울의 동생에게 집을 사주고 다른 동생들에게도 당첨금을 조금씩 떼어줬다.

우애 깊은 형제간의 당첨금 분배에 친인척 등 주변사람들도 저마다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형은 나머지 당첨금을 투자해 정읍에서 의욕적으로 식당 영업을 시작했다. 여기서 불행의 씨앗이 움텄다.

처음에는 적잖은 매출을 올리던 식당 영업이 갈수록 부진해져 나중에는 종업원 임금도 제때 주지 못하는 등 문을 닫게 될 상황에 놓인 것이다.

형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지만 어렵사리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동생에게 사준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4600만원을 빌려 식당 영업 활성화에 매달렸다. 그러나 이마저 여의치 않았다.

이후에도 식당 매출은 곤두박질했고 형과 동생은 은행 부채상환 등 돈 문제로 자주 다투게 됐다.

결국 사건 당일에도 형은 동생이 운영하는 재래시장 가게를 찾아왔다가 말다툼을 하게 됐다. 화를 이기지 못한 형은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고 말았다.

형이 휘두른 흉기에 찔린 동생은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곧바로 숨졌다.

로또 당첨 이후 집까지 사준 동생을 숨지게 한 형은 순식간에 살인자로 전락했고 동생은 형의 손에 의해 싸늘한 주검으로 생을 마쳤다.

로또 당첨에 얽힌 두 형제의 비극을 전해들은 재래시장 상인들은 “차라리 로또에 당첨되지 않았다면 지금도 오순도순 형제간에 소소한 정을 나누면서 살아가고 있지 않겠냐”고 혀를 끌끌 찼다.

형은 “동생의 서운한 말에 격분해 흉기까지 휘둘렀다”며 범행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 완산경찰서는 12일 현장에서 검거된 형에 대해 살인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