킵초게는 12일 오스트리아 빈 프라터 파크에서 열린 ‘INEOS 1:59 챌린지’에서 이같은 대기록을 작성했다. 이 기록은 그러나 마라토너에게 최적의 달리기 상황을 제공해 달성된 것이어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공인은 받지 못할 전망이다. 그래도 조건이 충족된다면 인간은 마라톤 2시간 벽을 깰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이제 세계 마라톤의 새로운 목표는 ‘공식 경기 서브 2(2시간 이내에 레이스를 마치는 것)’다.
킵초게는 ‘7인 1조’로 짠 페이스메이커의 도움을 받았다. 앞서 달리는 차량은 형광색 레이저로 속도 조절을 도왔다. 공식 마라톤 대회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행위다.
하지만 2017년 5월 도로가 아닌 포뮬라 원(자동차경주) 서킷에서 42.195㎞를 달릴 때 2시간25초로 아쉽게 달성하지 못했던 ‘서브 2’를 공원에 마련된 코스에서 성공한 건 의미가 크다.
2시간 벽을 돌파하며 킵초게의 자신감이 자란 것도 수확이다.
‘꿈의 기록’으로 불리던 마라톤 서브 2가 이제는 ‘도전할만한 기록’이 된 것이다. 킵초게는 공식 마라톤 코스 세계 기록 보유자다.
그는 2018년 9월 16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18 베를린 국제마라톤에서 42.195㎞를 2시간 01분 39초를 기록했다.
2014년 같은 대회에서 데니스 키메토(케냐)가 세운 2시간 02분 57초를 1분 18초 앞당기며 ‘2분대 벽’을 돌파했다.
공식 마라톤 2시간 벽 돌파까지 남은 건, 100초다.
이미 미국 학계에서는 “기술의 발전이 마라톤 1시간대 주파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논문이 나왔다.
미국 콜로라도 대학, 휴스턴 대학 연구진은 2016년 ‘스포츠 의학 저널’에 “여러 조건이 잘 맞물리면 1시간대 완주가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스포츠 브랜드도 마라톤화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콜로라도 대학, 휴스턴 대학 연구진은 “한 짝에 4.5온스(127.57g)짜리 마라톤화를 신으면 57초까지 기록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이키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는 자신이 후원하는 선수의 발에 최적화한 마라톤화를 개발하며 기록 단축을 돕고 있다.
킵초게 외에도 2시간1분, 2시간2분대 기록을 낸 선수들이 등장한 것도 호재다.
케네니사 베켈레(37·에티오피아)는 9월 29일 2019 베를린 마라톤에서 2시간01분41초의 역대 2위 기록을 작성했다. 같은 날 20대 마라토너 비르하누 레헤세(25·에티오피아)도 2시간02분48초에 완주했다.
올해 4월 28일 런던 마라톤에서 2시간2분55초를 기록한 모시네트 헤레뮤(27·에티오피아)도 ‘서브 2’를 노리는 젊은 선수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