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검찰에 최후통첩” 서초 사거리 가득 메운 마지막 촛불집회

입력 2019-10-12 22:30 수정 2019-10-12 22:30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12일 서울 서초역 일대에서 열린 '제9차 검찰 개혁 촛불문화제'에 참가해 LED 촛불과 태극 문양 피켓 등을 들고 있다.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는 이날 집회가 마지막 검찰 개혁 집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최현규 기자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시민연대)가 12일 서울 서초역 사거리에서 ‘제9차 검찰 개혁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서초역 사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검찰 개혁” “조국 수호”를 외쳤다. 지난달 21일부터 주말마다 서초동에서 열려온 검찰 개혁 집회는 이날을 마지막으로 잠정 중단된다.

본 집회가 시작된 오후 6시 이후 시민들은 예술의 전당부터 서초경찰서, 교대역에 이르기까지 서초역 사거리 일대를 꽉 채웠다. 집회 참가자들은 발광다이오드(LED) 촛불을 들고 대검찰청 앞을 환히 밝혔다. 주최 측은 집회 참가 인원을 추산하지 않았지만 지난 5일 8차 집회보다 더 많은 시민들이 온 것으로 판단했다.

이날 집회의 슬로건은 ‘최후통첩’이었다. 시민연대는 “검찰에 대한 불신으로 연인원 1000만여명이 참여한 촛불 항쟁이 이뤄졌다”며 “검찰은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에 대한 과잉 수사를 즉각 중단하고, 개혁 조치에 순순히 응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민의 명령’이라며 조 장관 수호와 공수처 설치, 정치검찰 파면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4주간 토요일마다 서초동에서 개최된 검찰 개혁 집회는 한동안 열리지 않을 예정이다. 시민연대는 “앞으로 검찰 개혁을 차분하게 진행할 수 있게 기다리는 의미에서 촛불문화제 시즌1을 마친다”면서도 “국민이 납득할 만큼의 개혁이 이뤄지지 않거나, 검찰이 저항할 경우 언제든지 다시 촛불을 들고 항쟁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 시계탑에서 바라본 12일 검찰 개혁 촛불집회 전경. 최현규 기자

검찰 개혁을 촉구하기 위해 광주와 울산, 여수 등 지방에서 먼 길을 온 이들이 적지 않았다. 전남 완도에서 1박 2일을 걸려 서초역에 온 이종철(69)씨는 “다음 세대가 민주적인 세상에서 살 수 있게 하기 위해 참가했다”며 “민주화처럼 검찰 개혁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광주에서 온 한모(72)씨는 “검찰이 조 장관을 내쫓기 위해 사돈에 팔촌까지 털고 있다. 이렇게 먼지 털 듯이 수사하면 문제없을 사람 누가 있느냐”고 말했다.

유모차를 끌고 온 젊은 아버지부터 중고등학생 자녀와 함께 온 중년층 부모까지 가족과 함께 집회에 온 시민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초등학교 5학년생 딸과 함께 온 주부 지선희(49)씨는 “딸이 유튜브를 보다가 먼저 촛불집회에 오고 싶어 했다”며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민주주의를 경험시켜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현희(42)씨는 “4살 난 아들에게 평화롭고 안전한 집회를 보여주려고 함께 왔다”고 했다. 아들 박모군은 집회 구호에 맞춰 호루라기를 불었다.

동갑내기 두 친구와 함께 온 김유정(21)씨는 조 장관 딸의 입시 특혜 논란에 대해 “의혹이 제대로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너무 많은 비판이 쏟아지는 것 같다”며 “대학생들의 조 장관 규탄 집회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제9차 검찰 개혁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12일 서울 서초역 5번 출구에서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다. 최현규 기자

우리공화당과 자유연대 등은 인근의 서초경찰서와 서울성모병원 앞에서 조 장관의 퇴진과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맞불 집회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조국 구속’ ‘법치 수호’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정경심 구속” “문재인 탄핵”이라고 외쳤다. 이들은 “우리가 진짜 국민의 목소리”라며 “검찰 개혁과 ‘조국 수호’를 함께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고려대와 연세대, 부산대 등이 참여한 ‘전국 대학생 연합 촛불집회 집행부’도 이날 저녁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 모여 조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2차 촛불집회를 열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