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만행 규탄’ 홍콩 시위대, 2㎞ 인간띠 만들어

입력 2019-10-12 11:38
홍콩 시위대가 6일 정부의 복면금지법 시행을 규탄하며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콩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가 2㎞ 길이의 인간 띠를 만들어 최근의 이른바 ‘경찰 만행’을 규탄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2일 전했다.

SCMP에 따르면 1000여명의 홍콩 시민들은 11일 밤 19주 연속 주말 집회를 앞두고 타이포 지역에서 ‘경찰 만행’을 끝낼 것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인간 띠를 만들고 휴대전화 조명을 켠 뒤 “경찰력 해산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셩수이, 야우퉁, 정관오 지역 등에서도 시민 수백명이 지난달 실종 신고 사흘 만에 바닷가에서 옷이 모두 벗겨진 채 시신으로 발견된 15세 여학생 천옌린(陳彦霖)을 추모하는 집회를 열었다. 온라인상에서 경찰이 이 여학생을 죽였다는 소문이 확산된 가운데 경찰은 이를 부인했다.

경찰은 부검을 진행한 결과 죽음에 수상한 점은 없었다며 이 여학생이 최근 시위에서 체포되지 않았고 사체에서 성폭행 흔적이나 상처 등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어 정확한 사인은 여전히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이를 믿지 않고 있으며, 정관오 지역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촛불을 모아 ‘진실’을 뜻하는 한자 모양을 만들기도 했다. 11일 점심시간에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센트럴 업무지구에서 마스크를 쓰고 행진하면서 일대에 교통 혼잡이 빚어지기도 했다.

센트럴과 타이포에 모인 시위대는 홍콩중문대 여학생 소니아 응이 지난 8월 말 체포 당시 경찰이 자신의 가슴을 세게 쳤다고 주장한 것 등과 관련해 경찰 만행을 규탄했다. 다만 SCMP는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을 하루 앞두고 대규모 과격 시위가 벌어졌던 지난 4일과는 달리 11일에는 시위 참여 인원이 비교적 적었다고 전했다.

홍콩 인터넷상에서는 12일과 13일 침사추이, 사틴, 코즈웨이베이 등에서 열릴 시위에 참여할 것을 요청하는 메시지가 돌고 있다고 SCMP는 덧붙였다.

홍콩 시위는 지난 6월 9일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로 촉발됐으며 시위대는 현재 송환법 공식 철회와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과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5가지 요구의 수용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