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실질적 1단계 합의 도달” 미니딜 임박…핵심 쟁점은 험난

입력 2019-10-12 09:43 수정 2019-10-13 15:24
AP뉴시스

미국과 중국이 ‘농산물 구매’와 ‘추가 관세인상 보류’ 등 일부 조건을 주고받는 식의 부분적 무역합의를 추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로 시급한 부분에 대해 우선 합의를 하면서 발등의 불을 끄고 핵심 쟁점은 계속 논의를 이어가는 식의 ‘미니딜’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지식재산권 도용이나 기술이전 강요, 국영기업 보조금 지급 등 미국이 내세우는 핵심 쟁점사항에 대해서는 여전히 양측의 입장차가 커 최종 합의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AP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틀간 진행된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 “매우 실질적인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측이 중국의 미 농산물 구매, 통화, 일부 지식재산권 보호 문제를 다루는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며 양측은 무역전쟁 종결에 매우 근접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합의는 아직 서면으로 돼 있지 않다”며 합의문 작성까지는 “3∼5주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오는 15일부터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30%로 올리려던 계획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호응해 중국은 40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미 농산물을 구매하는 방안에 동의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합의 내용에는 중국이 금융서비스 회사에 시장을 개방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중 무역전쟁이 촉발된 지 15개월만에 일단 제한적이고 부분적인 합의를 하는 형식의 ‘미니딜’에 근접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2017년 무역법 301조에 따른 중국의 지식재산권 도용, 강제기술이전을 문제삼아 조사에 나선 뒤 지난해 7월 이에 대한 조치와 무역적자 해소를 명분으로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이 이에 맞대응하면서 무역전쟁이 본격화됐다.

다만 미국측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12월부터 시행될 관세에 대해서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므누신 장관도 협상 결과와 관련, “우리는 주요 문제들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를 갖고 있지만 할 일이 더 많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던 조치와 관련해서는 “우리는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을 철회할지 여부를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7월 말 중국에서 열린 고위급 협상이 성과없이 끝나자 8월 초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양국 무역 갈등이 환율 문제로까지 확산됐다.
백악관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류허 중국 부총리.AP연합

앞서 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은 므누신 장관과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이끄는 미 대표단과 10일부터 이틀 간 협상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끝난 이날 오후 류 부총리를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국 협상단 측에 “당신들은 매우 힘든(tough) 협상가들”이라고 말했다고 AP는 전했다.

외신들은 긍정적인 협상 결과가 도출됐지만 향후 난관도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양국은 중국이 외국기업에 대해 자국 시장 진출 대가로 거래 기밀을 넘겨주도록 강요한다는 ‘기술이전 강요’ 등 더 어려운 문제들은 차후 협상 때까지 남겨놓았다고 AP는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제한적인 합의로 일부 단기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몇가지 논쟁거리는 여전히 남아있다”며 미국의 주요 목표는 지식재산권 도용, 기술이전 강요, 중국의 자국 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허 부총리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친서를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를 들어 보이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백악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친서에서 “건강하고 안정된 중·미국 관계는 우리 두 국가와 세계 전체의 이익에 기여한다”며 “상호 이익과 상호 존중을 위한 협력 확대를 기반으로 이견을 처리하고 양국 관계를 올바른 방향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밝혔다.

시 주석은 무역 협상 관련, “나는 농산물에 대한 당신의 우려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최근 중국 기업들은 콩과 돼지고기를 포함한 미국 농산물의 구매를 가속화했다”며 “우리 두 팀이 협의 하에 일부 합의에서 진전을 보이는 가운데 서로의 우려를 적절히 해결하고 다른 분야에서도 긍정적인 진전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최근 양측의 경제 및 무역팀들은 소통을 유지하며 서로에게 호의를 보여줬다”면서 “이는 우리 두 국민과 국제사회에서 환영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