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서초동·광화문 집회 국론 분열에 큰 책임감…‘공존의 정치’로 첫 출발해야”

입력 2019-10-11 23:18 수정 2019-10-11 23:22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고려대 노동대학원 주최 'KU 노사정 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실 제공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최근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로 국민 의견이 나뉜 것에 대해 “국론 분열을 넘어서 직접적인 충돌이 되기 전에 국회가 어떤 형태로든 민의를 수렴해서 새로운 국민 통합의 길로 나가야 한다”며 “굉장히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KU 노사정포럼’에 참석해 “우리 정치가 상생의 해법과 공존의 철학을 찾아서 다시 첫 출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KU 노사정포럼은 고려대 노동대학원이 주최하는 행사로 올해로 9회를 맞이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한국 정치의 현주소와 노동존중 사회로의 길’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 원내대표는 “요즘 정치에 많이 실망하고 계실 거라고 생각한다”며 “지난 5월 8일 원내대표에 당선돼서 야당 원내대표와 협의를 하면서 제 가슴속에 품었던 건 ‘공존의 정치’였다. 그런데 오늘 이 순간까지는 잘 안 되더라”라고 하면서 운을 띄웠다.

그는 “20대 국회가 약 20번 파행을 거듭했고, 1만5000건~1만6000건의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고 수면제를 먹인 것처럼 잠자고 있다”며 “아무런 쟁점이 없는 민생·경제 법안은 여와 야,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기 때문에 마땅히 처리돼야 하지만 쟁점 있는 이슈가 볼모가 돼 전혀 처리를 못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원내대표는 ‘공존의 정치’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진보가 경직에서 벗어나 유연해지고 보수가 과격함에서 벗어나 합리적이어야 한다”며 “만날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싸운다고만 생각 마시고 공존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언젠가는 만들어내려고 가고 있다고 격려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그는 남과 북이 평화를 통해 공존하는 정치, 소외된 사람들과 공존하는 참 공존의 정치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내년 총선과 관련해선 정치적 프레임 경쟁이 아니라 민생 경제에 도움이 되는 정책 경쟁에 집중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한국당 입장에서 역지사지해 보면 자신들의 대통령이 탄핵도 됐고, 정권도 놓쳤고, 만회하려던 지방선거에서 왕창 무너졌으니 내년 총선을 반드시 이겨야 한다며 필사적으로 임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우리도 지게 작대기를 들고 악다구니하면서 붙어 싸우면 똑같은 모습이 될 수 있다.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대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당이 틀림없이 경제 실정론을 들고나오면서 ‘문재인정부 심판론’으로 공격하겠지만 적폐 심판론으로 맞대응하기보다는 민생·경제에서 남은 시간 최대한 성과를 내면서 정권심판론을 선제적으로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의 보수가 합리적 보수의 길보다는 극우화되고 있는데, 저는 그에 반해 진보의 정치를 혁신해보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노동 현안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정규직 전환 문제에 대해서는 “(여당이) 보이지 않는 노력을 해왔고 절반은 해결이 됐다”며 “민주노총 쪽 노조 부분이 남았는데 더 노력하면서 해결하려 한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 노조 문제에 대해서도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가 국회에서 처리되면 자동으로 처리될 길이 열린다”며 “전교조가 재판 중이라 일방적으로 행정명령으로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게 어찌 보면 부담스럽고 조금은 무리수로 보여 늦어지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