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국책연구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는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KIST 인턴 경력 허위기재 의혹이 주로 도마에 올랐다.
특히 KIST 상징 조형물에 조 장관 딸 이름이 새겨진 이유와 경위를 놓고 야당 측의 집중 공세가 이어졌다.
김성태(비례) 자유한국당 의원은 KIST L3연구동 앞에 설치된 대형 조형물에 ‘조민’이란 이름이 새겨져 있는 사진을 공개하고 “증명서 발급 기록도 없고, 출입 기록도 없고, 해외 봉사활동을 갔다 왔는데 인턴으로 인정하고, 상징물에 이름까지 넣어주는 것이 권력층 자녀, 조국 딸이 아니면 가능한 일이냐”고 따졌다.
KIST 중심부에 자리한 L3건물은 2016년 초부터 2017년 말까지 재건축 공사를 했다. 건물 입구 쪽에는 ‘KIST’ 철자를 딴 붉은 색 조형물을 설치했으며, 그 뒤로 세운 검정 색상의 벽에는 1966년 KIST 설립 때부터 KIST를 거쳐 간 연구자들과 직원들의 이름이 연도별로 새겨 넣었다. 조민이란 이름은 그가 인턴 활동을 한 2011년도 부분에 올라있다.
이에 무소속 김경진 의원은 “KIST를 빛낸 인물을 써놓은 조형물에 이름이 있다는 조민이 그 조민 맞나? 다른 조민 아닌가”라고 재차 묻기도 했다. 이병원 KIST 원장이 “아마 그 사람이 맞는 것 같고요”라고 답하면서 순간 국감장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 원장은 “동명이인은 아니다. 다만 해당 조형물은 KIST를 거쳐 간 별정직, 학생 등을 포함한 2만6000여명 전체 명단”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3주 스쳐 지나간, 그것도 실제는 3~5일 스쳐 지나간, 증명서도 허위로 발급된 인턴 이름을 올리는 것이 부끄럽지 않나”고 반문했다. 이 원장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당 의원들이 거듭 “(조형물에서) 조민 이름은 지우는 게 맞다”고 주문하자, 이 원장은 “검토해 보겠다” “상의해 보겠다”고 답했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확인해보니 KIST와 직접 계약 관계를 맺은 연구자, 학생, 연구생, 임시직은 등록을 하기 때문에 일련번호가 나온다. 자동 추출돼 2만6077명의 이름이 (조형물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빼더라도 기준에 의해 빼야 한다. KIST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이 조 장관 딸만이 아닐 텐데 뺀다면 그 사람들까지 다 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허위 인턴 의혹 자체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최연혜 의원은 “조씨는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제출한 자기소개서에서 KIST 인턴을 3주간 했다고 했는데, KIST에서는 5일간, 조국씨는 2주 동안 했다며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며 “그런데 KIST 출입관리시스템을 보면 방문증 발급 내역은 단 3일이며, 이 중 KIST 서약서에 인턴으로 제시된 기간에 해당하는 날짜는 단 이틀뿐”이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이 원장에게 ‘조국씨는 누구 하나가 문을 열면 따라 들어갔다고 했는데, 이것은 불가능 한 것인가’라고도 물었고, 이 원장은 “출입증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윤상직 의원이 “KIST 전산상 조 장관 딸이 인턴기간 중 2번 출입한 게 맞냐”라고 확인하자 이 원장은 “그렇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또 “기관 공식 인턴증명서는 발급한 기록이 없다”며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초등학교 동창인 이모 KIST 기술정책연구소 소장이) 개인적으로 확인서를 써서 이메일로 보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조씨의 인턴 활동 이후 나온 연구 결과물도 없다고 확인했다.
‘(인턴증명서를 내 준) 이 소장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하지 않나’라는 박대출 의원의 질문에 이 원장은 “빠른 징계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