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수상자 아비…8월 방한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지지

입력 2019-10-11 18:39 수정 2019-10-11 18:41
문재인 대통령과 아비 아흐메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왼쪽)가 지난 8월 26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8월 말 방한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지지한다고 밝혔던 아비 총리가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1일(현지시간) 수십년간 지속됐던 에리트레아와의 유혈 영토 분쟁을 종식하는데 기여한 아비 총리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4월 총리에 당선된 이후 약 1억1200만명 인구의 에티오피아에서 대담하고 진보적인 개혁을 단행했다. 정치범들을 대거 석방하고, 고문 악습을 공개적으로 비판했으며, 구속된 언론인들을 풀어줬다.

또 내각의 절반을 여성으로 임명해 성적으로 평등한 정부를 구현하려 했다는 평을 듣는다. 아비 총리의 최대 업적은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의 국경 분쟁을 종식시켰다는 점이 꼽힌다. 에리트레아는 이탈리아 식민 시대를 거쳐 1952년 에티오피아 연방에 속하게 됐다가 30년간의 분리 독립투쟁 끝에 93년 주민투표로 독립을 결정했다.

98년 양국 간 국경분쟁이 벌어져 2000년까지 무려 7만명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비 총리는 지난해 7월 9일 이사이아스 아페웨르키 에리트레아 대통령과 전격적으로 종전 선언을 발표하고 외교관계 정상화를 단행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같은 해 8월에는 또 다른 ‘앙숙’ 소말리아와 관계 개선에 합의하고 41년 만에 민항기 운항을 재개하기도 했다.

그는 또 서쪽 접경국인 수단과 남수단 분쟁 해결에도 나서 지난 3월 아페웨르키 대통령과 함께 남수단을 방문, 동아프리카 평화를 위해 손을 맞잡기도 했다. 수단 군부와 야권 간 협상을 중재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중재자 행보로 ‘동아프리카의 평화 전도사’란 별명을 불리기도 한다.

아비 총리는 지난 8월 한국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도 했다. 당시 그는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간 관계가 남북 관계와 흡사한 면이 많다.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관계가 개선됐던 것과 같은 성과를 남북 관계에서도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확고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에티오피아는 한국전쟁 당시 아프리카 나라 가운데 유일하게 군대를 파병한 나라다. 문 대통령은 당시 아비 총리에세 “에티오피아는 한국의 평화와 자유를 함께 지켜준 매우 고마운 나라”라며 “한국인들은 그 고마움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아프리카 대륙 정상이 한국을 찾은 것은 처음이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