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 속 욕설 퍼붓고 능욕” 홍콩 여대생, 경찰 성폭력 실명 고발

입력 2019-10-11 18:34
소니아 응. 연합뉴스. 트위터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됐던 여대생이 경찰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공개 증언했다. 이 여대생은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모두 공개하며 경찰의 폭력에 함께 분노해 달라고 호소했다.

11일 홍콩 현지 언론은 전날 저녁 홍콩 중문대 캠퍼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소니아 응이라는 이름의 여대생이 재학생과 졸업생 1400여명 앞에 나서 이같이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언론의 설명에 따르면 소니아 응은 지난 8월31일 프린스에드워드 역 시위 진압 과정에서 체포된 이후 산욱링 구치소에 수감됐다. 당시 시위대 63명이 한꺼번에 체포됐는데 이 과정에서 경찰이 지하철 객차 안에서 곤봉을 휘두르고 최루액을 발사해 부상자가 속출했다.

이 간담회에서 소니아 응은 로키 퇀 중문대 학장에게 “당신은 구치소에서 몸수색하는 방이 칠흑처럼 어둡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 경찰이 우리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욕설을 퍼붓고 능욕했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며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우리는 경찰이 저쪽으로 가라고 하면 저쪽으로 가고 어두운 방에 들어가라고 하면 들어가고 옷을 벗으라고 하면 옷을 벗어야만 했다”며 “어떤 학생은 구타를 당해 지금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고 고발했다. 이어 “성폭력과 학대를 당한 사람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 여럿이며 가해 경찰도 여러 명”이라며 “체포된 우리는 도마 위의 고기와 같은 신세여서 구타와 성폭력을 당해도 반항할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끝으로 “내가 용기를 내어 마스크를 벗는다면 당신도 우리를 지지하고 중문대생을 포함한 시민들에 대한 경찰의 폭력을 비난할 수 있겠느냐”고 말한 그는 마스크를 벗고 자신의 얼굴을 드러냈다.

간담회가 끝난 뒤 소니아 응은 라디오에 출연해 “내가 언급했던 성폭력 사건은 콰이충 경찰서에서 당했던 것이지만 산욱링 구치소에서도 경찰이 시위대에게 성폭력을 휘둘렀다는 증언을 들었다”고 일부 내용을 정정하면서도 “경찰이 내 가슴을 쳤고 여성 경찰은 내가 화장실 안에 있는 동안 날 계속 지켜봤다”고 구체적인 내용을 밝혔다.

한편 간담회는 지난 주말 경찰이 교내에 진입해 학생들을 상대로 검거작전을 벌이자 로키 퇀 학장에게 경찰의 강경진압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할 것을 촉구하는 자리였다. 지난 6월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후 경찰에 체포된 중문대 학생은 32명이다.

박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