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유조선이 1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멀지 않은 홍해 해상을 지나던 중 2발의 로켓포를 맞았다.
AP통신 등은 이란 국영 유조선회사(NITC)를 인용해 이날 새벽 사우디 제다항에서 약 100㎞ 떨어진 바다에서 이란 유조선 시노파호가 두 차례 폭발이 있었으며, 폭발로 원유가 바다에 유출됐다고 전했다. NITC는 유조선 폭발이 미사일 공격에 의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테러 공격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NITC는 이어 “모든 승무원은 안전하고 배 역시 안정적인 상태”라면서 “승무원들이 유조선의 훼손된 부분을 보수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란 국영TV에 따르면 이번 폭발로 유조선의 저장 탱크 2개가 크게 훼손되면서 원유가 홍해로 유출됐다. NITC 관계자는 “시노파호가 아직 홍해에 있지만, 항로를 변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 대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또 중동 해역을 관할하는 미국 해군 5함대는 AP에 이번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 몇달 간 이란이 페르시아만 입구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들을 공격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란은 부인해 왔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올해 6월 이란 남동부 해상에서 미군 드론(무인정찰기) 1대가 영공을 침범했다며 대공방어 미사일로 격추했다. 지난 7월에는 미군이 걸프 해역 입구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드론을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14일에는 사우디 국영 석유사 아람코의 핵심 석유시설인 아브카이크 단지와 쿠라이스 유전이 공습을 받아 사우디의 산유량이 큰 타격을 입었다. 친이란 성향의 예멘 반군은 드론으로 사우디 석유시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지만, 미국 정부는 이란을 공격 주체로 지목했다.
이날 이란의 자국 유조선 피격 주장으로 지난해 미국이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으로부터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재개한 이후 고조돼온 양국간 군사적 긴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국제 유가도 2% 넘게 상승했다. CNBC에 따르면 12월물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은 이날 오전 8시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2.07% 오른 60.3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이날 오전 3시45분(미 동부시간) 기준 1.66% 상승한 54.44달러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