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1년3개월 만에 도쿄 방위성 부지에 지대공 유도미사일 패트리엇(PAC-3)을 다시 배치하는 한편 대북 문제와 관련해 이례적으로 한국과의 협력을 언급했다. 북한이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시험발사한데 이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재개 가능성을 내비친 뒤 경계 태세를 강화하는 차원이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은 11일 방위성 간부를 인용해 도쿄 도심인 이치가야(市ケ谷)의 방위성 부지 내에 패트리엇을 배치했다고 전했다. 방위성 간부는 배치 사실을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운용 방안은 공개하지 않았다.
방위성이 자체 부지에 배치한 패트리엇은 이지스함의 해상배치형 요격미사일이 미사일 요격에 실패할 경우 대기권에 재돌입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용도다. 훈련 상황을 제외하고 방위성이 패트리엇을 자체 부지에 배치한 것은 지난 7월 철수 이후 1년 3개월만이다. 이 같은 조치에는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계속하는 가운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까지 시사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10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향후 상황에 따라 ICBM 시험발사를 재개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당시 담화에서 북한은 “안전보장이사회가 올바른 잣대나 기준도 없이 그 누구의 이해관계에 따라 우리의 자위권에 속하는 문제를 부당하게 탁자 위에 올려놓고 있는 현실은 미국과의 신뢰 구축을 위하여 선제적으로 취한 중대조치들을 재고하는 방향으로 우리를 재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제적 중대조치 재고는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재개를 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위협적인 태도에 일본 정부는 한·미·일 협력과 함께 한·일 협력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실험·ICBM 발사 중단의 재검토를 시사하는 담화를 발표한 것에 대해 “중요한 것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북한이 전념하는 것을 포함해 작년 6월 미·북 수뇌 간의 합의가 완전하고 신속하게 실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미·한은 여러 레벨에서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는 중이며 앞으로도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미북의 프로세스를 후원하고 싶다”고 밝혔다.
최근 한·일 관계가 악화한 가운데 스가 관방장관이 북한 이슈와 관련해 한·일 협력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동안 일본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한국은 빼고 미국과의 협력을 강조했었다. 비록 미국과의 협의 내용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언급한 것이기는 하지만 일본 정부가 한·일 협력을 언급한 것은 최근 대북 정세 변화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