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유키오 전 日총리 “盧 살아있었다면 한일관계 장래 대화하고파”

입력 2019-10-11 17:39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가 11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의 대표적 지한파 정치인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가 부산대 초청 강연차 방한했다 강연에 앞서 봉하마을을 찾았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고 “지금 건강히 계셨다면 한일관계의 장래 등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11일 부산대 초청 강연을 위해 방한한 뒤 첫 일정으로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의 방문 소식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고재순 사무총장이 마중 나와 의전을 맡았다.

하토야마 전 총리가 봉하마을을 찾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토야마 전 총리가 노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한 뒤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마친 하토야마 전 총리는 노 전 대통령이 잠든 너럭바위를 한 바퀴 돌고 부엉이바위를 향해 재차 묵념하며 추모했다. 그는 ‘개혁파 노 전 대통령님의 영령이 국민 곁에 편히 잠드시길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방명록에 남겼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봉하마을을 찾은 시민들과 일일이 악수하거나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 영령이 국민 곁에 있는 것 같아 감사드리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이곳에 와서 노 전 대통령이 시민들에게 얼마나 사랑받는지 알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토야마 전 총리가 노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한 뒤 아이들과 사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검찰개혁 등 대한민국을 국민에게 되돌려주기 위한 노 전 대통령의 활동을 잘 알게 됐다”며 “저보다 반년 정도 형님이라 지금 건강히 계셨다면 한일관계의 장래 등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악화한 한일관계에 대해 묻자 그는 “경제뿐만 아니라 안보까지 최악의 상태여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노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은 상당히 리버럴한 분들로 민간교류 등을 통해 관계가 개선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도 민간교류에 앞장설 수 있다면 관련 활동을 하고 싶다”며 “곧 있을 일왕 즉위식에 문 대통령이 참석했으면 좋겠으나 대신 이낙연 총리가 온다고 하니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방한을 통해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역사를 보는 방향은 다를 수 있으나 진실은 하나”라며 “한일 양국이 역사의 진실을 이해하며 협력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유시민 이사장은 “하토야마 전 총리가 현재 총리라면 한일관계가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멀리 와주셔서 감사하다”며 “문 대통령이 일왕 즉위식에 참석했으면 한다는 생각에 저도 공감한다”고 답했다.

한편 하토야마 전 총리의 봉하마을 방문은 정용하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제안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이날 오후 5시쯤 부산대에서 ‘한반도 문제와 동아시아의 평화’라는 주제로 강연이 예정돼있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내일 오전 9시 부산 남구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을 방문한다. 2015년 12월 개관한 이곳은 일제에 의해 자행된 강제동원의 참상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조성된 곳으로, 일본 고위 정치인 출신 인사가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