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항의 온 날…대법원장 “법관은 근거 없는 공격 두려워 말아야”

입력 2019-10-11 17:08
김명수 대법원장이 11일 “법관은 일신의 편안함과 같은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 하며 근거 없는 공격이나 위험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신임법관들에게 당부했다.

최근 사회·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이 법원으로 몰리면서 법관의 판단에 대한 외부의 공세 강도가 높아지는 상황을 감안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대법원 앞에서는 조국 법무부 장관 동생 구속영장 기각에 반발하는 자유한국당의 항의 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대법원 입구 앞에 쓰여 있는 자유·평등·정의가 철저히 짓밟히고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법관 임명식에서 신임법관들에게 당부의 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대법원장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신임법관 임명식에서 “법관이 됐다는 건 좋은 직장에 취직한 직장인이 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법관은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재판권을 위임받았고, ‘투명하고 공정하며 정의로운 좋은 재판’을 하라는 신성한 임무를 부여받았다”고 언급했다.

이어 “법관은 권리 가진 사람의 권리를 확인하고, 책임질 사람에게 책임을 지우며, 죄를 지은 사람에게 합당한 처벌이 있도록 하고, 국가권력의 부당한 행사가 잘못임을 선언해야 하는 당연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위해 헌신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국민은 법관이 문제에 정면으로 대처할 합리적 용기를 갖고, 어떤 시류에도 흔들림 없이 이 사회 핵심가치가 무엇인지를 선언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헌법을 통해 보장한 법관독립은 법관 개인의 편안함이나 법관을 공격에서 자유롭게 하기 위함이 아니다”며 “어떤 세력·집단으로부터 부당한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재판권을 행사해 국민 기본권과 정당한 권리를 위해 당연하면서도 정의로운 결론을 도출하라는 국민 명령”이라고 했다.

그는 “대법원장으로서 법관독립을 침해하려는 어떠한 시도에 대해서도 여러분 앞에서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공언했다.

대법원은 이날 검사·변호사 등 출신의 법조경력 5년 이상 신임법관 80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들은 4개월가량의 연수를 거쳐 내년 3월1일 각급 법원에 배치될 예정이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