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철도노동조합은 11일 “사측이 주52시간제 도입에 따른 4조2교대 시행 등의 약속을 무효화하고 있다”며 이날 오전 9시부터 72시간 파업을 선언했다.
철도노조의 파업이 2016년 이후 3년여 만에 발생했다. 2013년은 민영화 반대, 2016년은 성과연봉제 저지를 위해 파업에 나선 노조는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인원충원과 임금인상을 요구하면서 사측과 대립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노조는 내년 임금인상률을 총액 대비 4%로 요구한 반면 공사 측은 정부의 공공기관 임금인상률 가이드라인인 1.8% 수준을 넘어서는 인상률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손병석 코레일 사장은 이날 대국민사과 후 기자회견에서 “400여 공공기관에 공통 적용되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코레일만) 배제해달라고 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또 정률수당 지급기준을 2019년도 기본급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공사 측은 이 기준은 2016년 합의한 사항이며 예산편성 지침상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을 초과하기 때문에 내년에 다시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근무조건 개선 문제도 노사 양측의 시각차가 있다.
노조는 주52시간 근무조건을 위해 현행 안전인력 3조2교대 근무형태를 인력 충원을 통해 4조2교대로 전환해야 하며 이를 위해 4654명의 신규 인력충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측은 외부 연구용역을 실시한 결과를 토대로 약 1800명을 충원하면 4조2교대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노조는 또 철도 공공성 확보를 위해 KTX와 SRT 통합을 주장하나, 코레일 측은 이 문제는 정부 철도정책 방향성의 문제여서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손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KTX와 SRT 통합 문제와 관련 “기본적으로 철도산업 구조를 어떻게 개편해나갈 것인가 하는 정부 정책방향에 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철도노조는 지난 7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알림글에서 “사측이 임금 지급 정상화 등에 대해 긍정적 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정부의 주52시간제 시행에 따라 2020년 4조2교대 시행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에 따라 생명안전업무 직접고용과 자회사 처우개선 등을 노사가 합의했으나 약속이 이행되지 않아 투쟁해야 하는 현실이 착잡하다”고 밝혔다.
임금인상, 근무조건 등 처우가 정부 정책에 따라 좌우되는 공기업 특성상 이번 노사 협상과정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노조는 이번 파업 이후에도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다음 달 추가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손 사장은 “협상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지만 국민들께서 더 큰 불편이 없도록 좀 더 서둘러서 진정성있게 대화를 이끌어 나가겠다”고 했다.
정부는 이번 파업기간 국토부 2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정부합동비상수송대책본부을 운영한다. 국토부는 대체인력 투입으로 광역전철은 평소와 비슷하거나 살짝 낮은 수준으로, KTX 운행률은 평시대비 72.4%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와 철도공사는 승객들에게 이용 예정인 열차의 운행 여부를 사전에 꼭 확인할 것을 요청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