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 수사권고에 따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관련 수사단장을 맡았던 여환섭(51·사법연수원 24기) 대구지검장이 11일 “윤중천씨는 수사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모른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여 지검장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조사단과 면담에서도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전 차관 사건을 재조사한 과거사위 관계자도 통화에서 “과거 수사기관이 확보한 윤씨의 전화번호부, 명함 등 어디에도 ‘윤석열’은 없었다”며 “윤 총장을 접대했다는 윤씨의 진술도 없었다”고 했다. 이날 한겨레는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 조사단(조사단)이 윤 총장에게 수차례 접대했다는 윤씨의 진술이 담긴 보고서 등 자료를 과거사위를 통해 검찰 수사단에 넘겼으나 수사단이 추가 조사 없이 사건을 종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전 차관 사건에 참여한 복수의 관계자들은 한겨레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표했다. 여 지검장은 “조사단 공식 보고서와 과거 검·경 수사기록 어디에도 윤 총장에 대한 언급이나 흔적이 없었다”며 “다만 보고서에는 조사단에 파견된 한 검사가 윤씨와 비공식 면담한 내용이 애매한 표현으로 적혀 있었다”고 했다. 이어 “윤씨에게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모른다’고 답했다”며 “비공식 면담 보고서에 적힌 내용을 부인했다”고 말했다.
비공식 면담 기록에는 “윤 총장을 만난 적도 있을 것 같다” “본 적도 있는 것 같다”는 윤씨의 모호한 답변이 한 줄 적혀 있었다고 한다. 조사단 관계자에 따르면 윤 총장의 이름은 지난해 12월 조사단의 조사가 본격 시작되기 전 한 검사가 윤씨를 따로 불러 “강원도 쪽에 연고 있는 검사들 잘 알지 않느냐 이름을 대보라”고 묻자 처음 등장했다. 윤 총장의 이름은 해당 검사가 작성한 비공식 면담 보고서에 단 한 번 등장한다.
윤씨는 이후 녹음기를 켜고 여러차례 진행한 조사단 공식 면담에서는 윤 총장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과거사위 관계자는 “재조사 과정에서 윤 총장이 접대를 받았다는 진술이 나왔다면 이미 그당시에 문제가 불거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씨와 조사단 검사 면담 과정에서의 대화는 녹음되거나 속기로 전문이 작성되지 않았다. 대신 이 검사가 윤씨 조사가 끝난 뒤에 ‘윤씨가 어떤 이야기를 했다’는 취지의 메모를 기록했다. 여 지검장은 “윤씨의 말은 녹취 등 객관적인 자료가 뒷받침되지 않아 증거능력이 부족했고, 상대방의 서명을 받는 행위도 없었던 비공식 면담 보고서여서 그것만으로는 추가로 입증할 단서가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사위에서도 윤 총장과 관련해선 수사 권고를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5월 29일 과거사위는 재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하며 한상대 전 검찰총장,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박충근 전 춘천지검 차장검사 등을 지목해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관련한 발표 내용은 없었다.
한편 검찰은 이날 한겨레 보도에 대해 “완전한 허위사실”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대검찰청은 대변인실을 통해 “검찰총장은 윤씨와 전혀 면식조차 없다. 당연히 그 장소(별장)에 간 사실도 없다”며 “검찰총장 인사검증 과정에서도 이러한 근거 없는 음해에 대해 민정수석실이 검증하고 사실무근으로 판단한 바도 있다”고 밝혔다. 윤 총장 인사 검증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조국 법무부 장관이었다.
대검은 특히 “주요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런 허위의 음해 기사가 보도되는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사전에 해당 언론에 사실무근이라고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근거 없는 허위사실을 기사화한 데 대해 즉시 엄중한 민형사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