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감독 후보의 퓨처스 감독행’ 이상하고 요란한 롯데 프로세스

입력 2019-10-11 13:29

롯데 자이언츠의 감독 선임 과정이 다소 예상밖의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다.

롯데는 지난달 3일 지난 7월 사임한 이윤원 단장 후임으로 성민규(37) 단장을 선임했다. 팀컬러는 ‘활발한 출루에 기반한 도전적 공격야구’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성 단장은 미국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 정식 코치와 컵스 구단 퍼시픽 림 스카우트 슈퍼바이저, 그리고 2012년부터 MBC 스포츠 플러스 메이저리그 해설을 했던 인물이다. 그리고 37세라는 나이와 롯데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롯데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성 단장은 데이터와 프로세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런 와중에 지난달 19일에는 감독 선임 과정을 공식 발표했다. 감독 선임 이전 후보군을 발표한 적이 없었기에 더욱 신선하게 다가왔다.

당시 보도 자료를 보면 “향후 외국인 감독 후보를 포함한 여러 후보자에 대한 다각도의 선정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롯데는 밝혔다.

그러면서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을 비롯한 스캇 쿨바, 래리 서튼 등 3명의 후보군까지 발표했다. 또 현재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고 있는 공필성 감독대행을 포함한 KBO리그 내의 감독 후보 4-5명에 대해서도 심층 면접 과정에 있다고도 했다.

그런데 롯데는 11일 감독 후보 중 한명이었던 래리 서튼 윌밍턴 블루락스 타격코치를 퓨처스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물론 구단은 롯데와 육성 철학에서 공감대를 확인했다며 선임 배경을 밝혔다. 감독 후보군 발표가 없었다면, 서튼의 퓨처스 감독행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성 단장의 기존 행보는 외국인 1군 감독 선임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었다. 그런데 최근 코치진 11명을 경질하면서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음이 조금씩 전해지고 있다.

일각에선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구단 코치가 차기 감독이 될 것이라는 설이 나오고 있다. 해당 코치가 함께할 인사들을 데려오기 위해 코치진 개편부터 단행했다는 것이다. 외국인 감독이라면 11명이나 되는 코치진을 대거 경질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과 함께할 1~2명의 코치진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롯데는 여전히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여전히 외국인 1군 감독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만약 국내 인사가 롯데 감독직에 오른다면 감독을 찾기 위한 성 단장의 미국행은 의미가 퇴색된다. 감독 선임 과정이 너무나 요란하다. 그리고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 프로세스로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로 말해야 하는 게 올바른 진행 과정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