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이 매년 중견작가에게 수여하는 ‘올해의 작가상 2019’ 후보들의 작품이 지난 12일 서울관에서 공개됐다. 올해의 작가상은 미술계 과거 제도에 비유돼 최종 수상자에 해마다 관심이 쏠린다. 홍 작가를 비롯해 박혜수(45) 이주요(48) 김아영(40) 등 지난 3월 선정된 4명의 후보가 지원금 4000만원으로 준비한 작업이 베일을 벗은 것이다.
개인전 형식으로 꾸며진 전시장을 돌며 관람객들은 낯설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겠다. 이번에는 약속이나 한 듯 모두 회화나 조각 같은 익숙한 전통매체가 아닌 영상, 설치, 미디어, 퍼포먼스 등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홍 작가는 자신이 창안한 ‘동등성’ 개념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인간도 동물의 하나다. 동물의 의사 표현을 이해 못 하니 새의 흉내라도 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표현해봤다”며 “동물, 여성 등 비주류에 관한 관심을 작품에 담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 작가의 전시 공간을 들어서면 사회 통계학 학술대회를 왔나 하는 착각이 든다. 벽면에는 설문 조사지와 결과표, 다이어그램 등이 빼곡하다. 주제는 ‘당신의 우리는 누구인가’이다. 그는 “우리 사회라는 표현에서 보듯 한국 사회는 특히 ‘우리’를 강조한다. 그런데 우리라는 표현을 유독 즐겨 쓰는 사람들은 대개 집안의 아버지, 학교의 교장, 국가의 지도자 등 한국의 사회의 갑이더라”며 “그들의 우리를 위해 나는 더 얼마나 더 포기하고 희생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작품으로 풀어봤다”고 했다. 작가는 가족주의로 주제를 확대하며 가족의 해체, 고독사 등에 관한 사회 이슈를 텍스트, 영상, 설치작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가변적, 일상적 재료를 조합해 사회 주변부 존재에 관심을 기울이던 이 작가는 이번에는 예술가들의 고민을 작업으로 끌어왔다. 작품 수장할 공간이 부족해 고민하는 예술가들을 위해 향후 자신이 구현하고자 하는 미술관의 창고시스템을 미술관 안으로 끌어왔다. 최후에는 작품들이 주차 타워처럼 ‘작품 타워’에 보관되는 날이 오지 않겠나 하는 상상을 담은 설치 작품이 눈길을 끈다.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진출했던 김 작가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벌어지는 이주, 이송 등 초국가성을 작품에 담아왔다. 이번에는 예멘 난민 문제를 기존의 작품에 버무렸다. 지층과 지층 사이 상상적인 틈새 공간을 ‘다공성 계곡’이라고 명명했던 작가는 그 다공성 계곡 출신의 ‘광물 입자들’들이 섬에 불법 입국하면서 벌어지는 차별적 심사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최종 수상 작가는 오는 11월 28일 마지막 심사를 거쳐 발표된다. ‘2019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최종 1명에게는 상금 1000만원이 추가 지원된다. 전시는 3월 1일까지.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