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일왕 즉위식 참석 안 한다”…李총리 일본행 무게

입력 2019-10-11 11:33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2일 열리는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문 대통령은 이번 일왕 즉위식에 참석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일본의 경제보복 사태가 100일을 맞았지만 일본 정부에서는 여전히 수출규제 철회를 비롯한 뚜렷한 태도 변화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청와대도 문 대통령이 직접 일본을 찾을 시점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일본을 찾을 경우 한일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정부 내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일본행이 더욱 유력해 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측은 아직 참석 여부 및 참석자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문 대통령 참석이 불발로 굳어진 상황에서 즉위식을 한·일 관계 개선의 전기로 삼으려면 정부 내에서 ‘상징적’ 지위를 지닌 이 총리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만들어 지고 있다.

일본 측에서 수출규제 사태 초기와 비교하면 다소나마 대화의 여지를 두고 있다는 점 역시 ‘지일파’ 이 총리가 역할을 할 때라는 목소리에 힘을 싣는다.

아베 총리는 지난 4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한국을 향해 “국제법에 따라 국가와 국가 간의 약속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싶다”고 하면서도,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언급한 바 있다. 최근 NHK가 이 총리 방일 시 아베 총리가 단시간 회담을 할 수 있다고 보도하는 등 일본 언론에서도 이 총리의 방일 및 아베 총리와의 회담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이 총리가 참석해 아베 총리를 만나고,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청와대와 정부 내 일각에서는 이 총리의 참석 역시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일본의 결정적 태도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 이 총리가 가는 것이 과연 맞느냐는 의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조만간 발표된 방일대표단 대표자로 이 총리가 아닌 다른 인사가 발탁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한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일왕 즉위식은 외교 협상이 아닌 한·일 관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여는 자리가 될 수 있다”며 “문 대통령이 즉위식에 직접 참석해 한·일관계의 국면 전환을 끌어내는 것이 보다 근본적이고 발전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