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규제·천재지변’…대기업 일감몰아주기 일부 허용 검토

입력 2019-10-10 17:25 수정 2019-10-10 17:30

천재지변이나 일본 수출규제 등 ‘긴급한 사유’가 있을 때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제한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0일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 심사기준 개선방안’ 연구용역 발표회를 개최했다. 공정위는 연구용역 결과에 대해 의견을 수렴한 후 ‘정부안’을 만들 계획이다.

이날 연구용역 보고서는 일감 몰아주기 예외 사유인 ‘효율성’ ‘보안성’ ‘긴급성’ 조항을 구체화했다. 공정거래법 제23조의2는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인 대기업 총수의 부당한 이익을 금지하고 있다. 총수 일가의 계열사 거래를 활용한 사익 편취를 막는 것이다. 다만 효율성 증대, 보안성, 긴급성 등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거래는 예외로 허용한다.

하지만 그동안 이같은 예외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효율성’의 경우 “제조 공정에서 제품의 특성상 계열사의 부품·소재를 반드시 사용하여야 하는 경우, 기존 공정과 연계되는 공정을 기존 용역 수행자가 계속하여 수행하는 경우, 계열사별로 직접 운영하던 기능을 분사 및 통합하여 설립한 전문화된 계열사와 거래하는 경우 등”으로 구체적 예시를 명시했다.

‘보안성’에 대해서는 “보안기술이 시장에 보급되지 않은 핵심 기술의 보호가 필요한 경우, 방산업체가 국가안보에 관한 비밀정보를 취급하는 경우, 신제품 운송·인재채용 시험지 보관 등 거래과정에서 철저한 보안이 요구되는 경우 등”을 예시로 들었다.

‘긴급성’은 “핵심부품 관련 천재지변이나 수출 규제조치, 물류회사들의 전면적 운송거부, 위해우려 제품의 신속한 수거, 긴급전산사고 발생 등”이라고 언급했다. 수출규제 조치의 경우 “제품 생산을 위한 핵심 소재·부품, 설비 등을 외국 또는 외국기업으로부터 상당 부분 수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외국에서 천재지변이 발생하거나 그 외국 정부가 대한민국에 대하여 수출규제 조치를 시행함으로써 정상적인 공급에 차질이 발생한 경우”라고 했다.

보고서의 설명에 따르면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도 ‘일감 몰아주기’ 예외 사유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밖에 보고서는 일감 몰아주기 제재를 하기 위해 공정위가 입증해야 하는 정상가격 산정방식에 대해서도 지침을 마련했다. 국제조세 조정에 관한 법률상 정상가격 산정방법을 원용해 심사 지침안에 반영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