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북부에서 미군 철수 결정을 내린 것이 터키의 공격을 불러오면서 동지였던 쿠드르족을 위기에 빠뜨렸다는 비판이 친정인 공화당에서도 쏟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에 터키의 시리아 침공은 또 다른 악재다. 동맹을 돈보다 중시하는 트럼프 외교노선이 내년 대선 쟁점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크다.
지난해 말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철군 결정을 전격적으로 발표했을 때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이 반발해 사임하면서 정치적 논란이 빚어졌었다. 이번 터키 공습으로 시리아 철군에 대한 책임론이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세계의 경찰’ 역할을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는 ‘미군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동맹보다 돈을 중시하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한 미군의 철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한국과 유럽연합(EU)에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특히 시리아의 쿠르드족은 미국이 ‘이슬람국가(IS)’ 격퇴에 나섰을 때 적극 참여했던 동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쿠르드족을 ‘토사구팽’했다는 비난이 분출하는 이유다.
공화당 의원들까지 거세게 반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대표적인 ‘친(親) 트럼프’ 의원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9일(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겨냥해 “에르도안은 우리의 친구가 아니다”면서 “우리는 터키에 그린라이트(허가)를 내주지 않을 것이며 쿠르드족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철군 결정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의 대통령 임기에서 가장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레이엄 상원의원과 민주당의 크리스 반 홀렌 상원의원은 시리아를 침공한 터키를 제재하는 법안에 합의했다. 그레이엄과 홀렌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공식적으로 반대하는 결의안 초안도 작성 중이다.
하원 공화당 서열 3위인 리즈 제니 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북부에서 미군 철수를 결정한 것은 역겹고 예측 가능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미국은 중동에서 전투와 치안 유지에 무려 8조 달러(약 9600조원)를 썼다”면서 “우리 훌륭한 군인 수천 명이 사망하거나 심하게 부상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동에 개입한 것은 우리 역사상 최악의 결정”이라며 “미국은 결코 중동에 있지 말았어야 했다”고 자기 변호에 나섰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