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소녀상 예술제보조금 취소 반대” 10만명 돌파

입력 2019-10-10 16:46
8일 오후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의 아이치(愛知) 트리엔날레 전시장에서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재개됐다. 소녀상을 보려는 관람객이 1천 여명이 몰렸으나 주최 측은 이날 2회에 걸쳐 60명에게만 전시 관람 기회를 제공하고 전시장 안에서 일체의 촬영을 금지했다. 사진은 지난 8월 4일 관람객들이 소녀상을 관람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평화의 소녀상’을 전시한 자국 최대 국제 예술제에 보조금 지급을 취소한 것에 반대하는 온라인 서명 참가자가 10만명을 넘어섰다. 일본 정부가 보조금 지급 취소로 표현과 예술을 사실상 ‘검열’한다는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전시가 재개된 예술제 기획전에는 소녀상을 보려는 관람객들이 연일 북적이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과 아사히신문은 10일 소녀상이 포함된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기획전의 전시 재개를 요구하며 자발적으로 모인 예술가 모임 ‘리프리덤 아이치’(ReFreedom_Aichi)가 지난달 26일 청원 사이트 체인지(www.change.org)에 제기한 보조금 취소 철회에 참가한 청원자가 전날 10만명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일본군 ‘위안부’를 상징하는 소녀상은 지난 8월 1일 개막한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의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에 전시돼 주목받았지만, 일본 정부의 압력과 우익세력의 협박 등으로 사흘 만에 중단 사태를 맞았다. 국내외 예술가·언론·시민단체의 반발이 잇따르면서 지난 8일에야 전시를 재개하기 시작했지만 관람 인원 제한, 소셜미디어 게시 금지 등 제약이 있었다.

일본 정부는 또 지난달 26일 소녀상 전시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대한 보조금 7800만엔(약 8억7360만원)을 교부하지 않기로 했다. 이 때문에 예술제 보조금 심사위원이 반발하며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서명운동을 주도한 예술가 우시로 류타는 “(기획전 전시는) 재개했지만 (보조금 지급 중단이) 향후 예술 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는 공중에 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지킨다고 하기보다는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8일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재개된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의 아이치(愛知) 트리엔날레 전시장에서 주최 측이 관람객들을 상대로 소지품 검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시 개재 2일차인 9일 일본 아이치현 문화예술센터에서 소녀상 작가인 김서경·김운성 조각가의 토크이벤트가 열려 관람객들이 대거 몰렸다고 아사히와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김서경 작가는 추첨으로 관람객을 선발하는 방식에 대해 “관람객과 작품에 미안하다”고 말했다. 김운성 작가는 전시 중단 사태에 대해 “(작품을) 보는 사람은 비판할 자유가 있다”면서도 “정치인이 예술을 억압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이벤트에 참석한 한 80대 일본 할머니는 행사 직후 작가들에게 다가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나면 ‘용서해달라. 정말 죄송하다’고 전해 달라”고 말하며 연신 고개를 숙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는 아이치 트리엔날레 폐막일인 14일까지 전시된다. 재개 첫날인 8일에는 추첨으로 60명만 관람했고 9일과 10일은 하루 210명씩 관람이 가능하도록 했다. 8일에는 1300여명이 몰렸고, 9일에는 1500명에 달하는 인원이 관람을 희망해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