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부서 좌초됐던 핵잠수함 도입 계획…이번엔 순항할까

입력 2019-10-10 16:30
심승섭 해군참모총장이 10일 오전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이 핵(원자력)추진 잠수함 도입을 장기 과제로 검토하고 있다. 핵추진 잠수함 도입은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항공모함 등 주변국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력이다. 노무현정부 시절인 2013년 비밀리에 추진되다가 중단됐던 핵추진 잠수함 확보 계획이 다시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해군은 10일 육·해·공군 통합기지인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통해 “원자력 추진 잠수함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장기적 관점에서 해군 자체적으로 도입을 검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용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TF는 지난 3월 정경두 국방부 장관 승인을 받아 공식 출범한 뒤 3개월마다 회의를 열고 있다. 것이다. TF는 해군 중령이 팀장을 맡고 있으며 10여명으로 꾸려져 있다. 해군 관계자는 “핵추진 잠수함 도입은 국가정책에 따라 결정될 사안”이라며 “향후 국방부, 합동참모본부와 협업을 통해 추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2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3형'을 시험발사하는 장면. 이 사진은 발사 다음 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게재됐다. 연합뉴스

핵추진 잠수함은 핵연료를 쓰는 원자로를 장착한 잠수함으로, 3개월 이상 바닷속에 머무르며 작전을 펼 수 있다. 북한이 최근 시험발사한 ‘북극성 3형’ 등 SLBM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전력으로 평가된다. 북한 잠수함 기지 인근 수중에 장기간 숨어 있다가 기지를 떠나는 SLBM 탑재 잠수함을 따라붙어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해군이 보유한 209·214급 디젤 잠수함 10여척은 길어야 20일을 못 버티고 한 번씩 수면 위로 떠올라 배터리 충전을 해야 바닷속으로 다시 들어갈 수 있다. 심승섭 해군참모총장은 이날 국감에서 핵추진 잠수함에 대한 질문에 “SLBM을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격멸하는 데 가장 유용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군 TF는 단순 정보수집 활동에 그치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해군의 6번째 1800t급 잠수함 ‘유관순함’

군 일각에서는 성급하게 밀어붙일 경우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순조롭게 추진하기 어려워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003년 ‘362사업’으로 추진되던 핵추진 잠수함 확보 사업은 언론 보도 등으로 노출돼 중단된 바 있다. 당시 원자로 설계 작업까지 진행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하려면 미국과 협의를 거쳐야 하는 문제도 있다. 한국은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 협정에 따라 우라늄을 20%까지 농축해 핵연료를 만들 수 있지만 ‘평화적 이용’을 위한 용도로 제한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을 앞둔 2017년 4월 핵추진 잠수함 도입 필요성을 거론하며 “대통령이 되면 미국과 원자력 협정 개정을 논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미군의 핵추진 잠수함 노스캐롤라이나호. 미 해군 홈페이지

해군이 연구용역을 의뢰한 결과, 핵추진 잠수함은 7년간 1조3000억~1조5000억원 예산을 투입해 국내 개발을 할 수 있다. 외국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들여올 경우 25년 수명의 원자로를 탑재하고 있는 프랑스제 바라쿠다급 공격형 핵잠수함을 도입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해군은 또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6000t급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개발 계획도 밝혔다. 해군 관계자는 “KDDX는 올해 기본설계 단계에 들어간다”며 “순수 국내기술을 기반으로 건조되는 첫 구축함”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