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음식점 줄폐업,대량 해고…홍콩인들 정신건강 악화

입력 2019-10-10 16:28
홍콩 시위 현장.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폐업하는 음식점이 속출하고, 종업원 대량 해고도 이어지고 있다. 또 계속되는 사회 갈등의 홍콩인들의 정신건강 상태가 심각한 주준이라는 연구조사 결과도 나왔다.

헨리 마 홍콩외식학회 부회장은 “홍콩에서 계속되는 반정부 시위로 수백 개의 식당이 문을 닫았고, 이들 식당에서 일하는 수천 명의 종업원도 일자리를 잃었다”고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밝혔다.

그는 “아직 영업하는 식당들은 정규직 종업원들에게 강제로 무급 휴가를 보내고 있으며, 더 이상 임시직 종업원을 채용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에는 1만7700여 개의 식당과 커피숍 등이 25만여 명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사이먼 웡은 “최근 식당 3곳의 문을 닫고, 신규 개점 계획도 취소했다”며 “이달 매출은 예년의 10∼20%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말했다.

홍콩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현지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급감해 식당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8월 홍콩 방문 관광객 수는 작년 동기 대비 40% 급감해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사태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홍콩 시위대의 반중국 성향이 강해지면서 국경절 연휴인 지난 1∼7일 홍콩을 방문한 중국 본토 관광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급감한 67만2000여 명에 그쳐 ‘골든 위크’ 특수도 사라졌다.

홍콩에서 예정된 국제행사도 잇따라 취소되면서 여행업계도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오는 13일 개최 예정이던 국제 사이클 경기 대회 ‘사이클로톤’이 취소됐으며, 31일부터 홍콩의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 지역에서 예정됐던 ‘와인&다인 페스티벌’도 취소됐다. 와인&다인 페스티벌은 세계적인 와인 축제로 올해 행사엔 14만여 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고, 사이클로톤에도 1만여 명의 참가가 기대됐었다.

한편 홍콩 중문대학은 15세 이상 1009명을 대상으로 일, 가정, 학업, 사회적 갈등 등 10가지 지표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홍콩인들의 정신건강 상태가 최악의 수준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이 연구에서 정신건강 점수(100점 만점)는 52∼68점이면 용인되는 수준, 72점 이상이면 양호한 수준임을 나타낸다.

하지만 연구 결과 홍콩인들의 정신건강 점수는 46.41점을 나타내 정상치인 52점에 크게 못미쳤으며 2012년 이 연구가 시작된 후 최저점을 나타냈다. 지난해에는 50.2점이었다.

연구를 이끈 이반 막 박사는 “특히 올해는 사회적 갈등이 정신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특이하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사회적 갈등이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한 응답자가 18%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41%에 달했다.

연구팀은 “홍콩인의 정신건강은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며 “정부는 자살 방지 캠페인 등 정신건강 개선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