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국가정보원의 검찰 개입 여부를 놓고 여야 의원 간 갈등이 일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거) 국정원이 국내정치에 개입할 때는 검찰을 나름대로 관리하거나 들여다보고 있었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됐다.
김 의원은 9일 감사원 국감장에서 “(과거) 국정원이 국내정치에 개입할 때는 정부와 정권 차원에서 검찰을 나름대로 관리하거나 들여다보고 있었다”며 “지금은 국정원이 그것을 안 하고 있는데 그 기능을 감사원, 법무부가 하도록 제도에 따라 설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의 발언에 정점식 자유한국당 의원은 “(질의가) 충격적이라 짚고 넘어가야겠다”며 “국정원이 검찰을 감시·감독했다고 하는데 24년간 검사 생활을 했지만 국정원, 그 이전에 안기부가 검찰을 감시·감독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제 발언을 오해·곡해하는 것 같아 바로 잡겠다”며 “독재정권 때는 IO(Intelligent Officer)라는 정보담당관을 상주시켜 정보교류란 이름으로 관계를 맺었고, 대체로 그 관계는 검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을 덧붙이며 해명했다. 이어 그는 “노무현 대통령 수사 때 논두렁 시계 사건도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국정원에서 와서 그렇게 하라고 시켰다’고 진술했고,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국정원 작업에 의해 쫓겨났다”며 구체적인 사례까지 들어 자신의 발언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김 의원의 해명은 오히려 야당 의원들의 더욱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초헌법적 발언이고 있을 수 없는 발언이다. 국정원이 IO를 통해 (검찰을) 감시하고 나아가서 관리했다는 취지로 들린다”며 “그런 말을 흘림으로써 국정원과 청와대, 여당이 검찰을 더 압박한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 “최근 서훈 국정원장이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저녁에 몰래 만난 것을 두고 선거개입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는데, 김종민 의원이 국정원이 검찰을 감시한다고 한 발언은 당 차원에서 문제제기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도읍 의원이 김종민 의원의 발언에 문제제기를 하겠다고 말하자 장제원 한국당 의원도 “해명하라”며 질타에 가세했다. 그러자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그만 좀 하세요”라고 외치며 국감장 내 소란을 가라앉히려하기도 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여야 입장이 다르지만 발언 하나를 확대해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지나친 억측”이라고 야당 의원들의 자제를 촉구했다.
결국 김종민 의원은 “과거 독재정권 시절 국정원이 무소불위의 정보기관으로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달라”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자신의 발언을 해명했다. 앞서 말한 ‘국정원이 검찰을 관리했다’는 발언은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만 한정되는 얘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장 의원은 “김종민 의원은 과거 정권과 독재정권을 혼용해 쓰고 있다. 노무현·김대중 정권에서도 IO를 운용했다면 독재정권으로 인식해야 하느냐”며 “굉장히 심각한 문제제기를 일반화시켜서 독재정권에서 이러지 않았냐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