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불명확한 진술, 가해자 성추행 인정 땐 신빙성 인정해야”

입력 2019-10-10 14:02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성추행 사실을 전반적으로 인정했다면, 피해자 진술이 다소 불명확하더라도 신빙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조희대)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된 인터넷 언론사 대표 최모(74)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깼다고 10일 밝혔다. 유죄 취지로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낸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2년 동안 거의 매일 동의 없이 추행했다는 취지로 피해자에 진술했다”며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법정에서 최초 추행 시점 등을 불명확하게 진술한 것은 기억력 한계로 인한 것에 불과해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할 만한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도 원심이 피해자 진술이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해 무죄로 판단한 것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최씨는 2014년 9월 자신의 비서인 A씨를 강제로 포옹하는 등 총 16차례에 걸쳐 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A씨는 16건의 추행 중 2건에 대해 범행일시 등을 여러 차례 번복했다. 최씨는 A씨에 대한 추행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해당 시각에 회의를 하는 등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1심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자발적으로 동의 없이 포옹 등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 등에 의하면 추행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건을 유죄로 인정했고 나머지 14건 추행은 “피해자의 진술 외에 충분한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반면 2심은 “피고인이 공소장 기재 일시, 장소에서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했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며 “오히려 각 범행일시에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피고인의 변소는 피해자의 진술에 합리적인 의심을 들게 하기에 충분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며 2심을 다시 하라고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