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열발전소 미소지진 관리기준 임의 변경해 지진 발생 은폐

입력 2019-10-10 13:37
포항지열발전소 전경.

포항지열발전사업 수행기관인 넥스지오가 미소지진 관리기준과 보고대상을 임의로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유한국당 김정재 국회의원(포항북구)에 따르면 넥스지오가 2.0규모 이상 미소지진이 발생하면 산업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하 에기평), 포항시, 기상청에 보고하도록 돼있는 신호등체계를 2016년 12월 23일 2.2규모 미소지진이 발생한 직후 보고기준을 2.0에서 2.5로 완화하고 포항시와 기상청을 보고대상에서 제외한 사실이 확인됐다.

2016년 12월 29일 발생한 2.3규모의 지진도 보고하지 않았다.

신호등체계(traffic light system)란 지열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소지진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운영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김정재 의원이 공개한 자료는 2015년 9월 2일 작성된 ‘포항 EGS 프로젝트 미소진동 관리방안’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6년 2차 수리자극(12월 15일~28일) 과정에서 12월 23일 2.2규모 미소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물 주입을 중단하고 배수를 통해 압력을 낮추도록 돼있다.

또 이러한 사실을 산자부, 에기평, 기상청, 포항시에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2.2규모 미소지진이 발생한 직후인 12월 26일 미소지진 관리기준을 임의로 완화하고, 보고대상에서 포항시와 기상청을 제외하는 내용으로 미소지진 관리기준을 변경했다.
신호등 체계 임의 변경 과정. 김정재 의원실 제공.

당시 국가 연구 과제를 관리감독 해야 할 산자부와 에기평은 미소지진 관리 기준이 임의 변경된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7일 국회 산자부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윤운상 넥스지오 대표이사는 “2016년 12월 26일 작성된 신호등체계는 제정된 것이고 변경된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다.

김정재 의원은 “포항 지진은 정부의 안전관리 부실로 발생한 인재임이 재확인 됐다”며 “에기평은 지진발생 이후 넥스지오를 통해 관리기준의 변경사실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있었음에도 국회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위증과 허위자료 제출에 해당한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한편, 지난 7일 국회 산자부 국정감사에서는 에기평이 지난 3월 11일 국내 대형 법무법인에 ‘손해배상책임’ 관련 법률자문을 받은 사실이 공개됐다.

에기평이 법률 자문 결과를 받은 날은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의 ‘국가 연구개발 과제로 진행한 지열발전소가 지진을 촉발했다’는 발표가 있기 열흘 전으로 지열발전 주관기관이 정부의 원인조사 결과 발표가 있기도 전에 책임회피와 소송준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포항=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