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학교 신입생 10명 가운데 7명은 서울·경기 출신으로 조사됐다. 특히 영재학교 신입생의 절반가량은 서울 강남 등 사교육특구에서 나왔다. 국가의 과학영재를 키우기 위해 설립·운영하는 영재학교 역시 사교육으로 뒤틀려 계층 대물림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교육위원회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9학년도 전국 8개 영재학교 입학자 현황’ 자료를 분석해 10일 발표했다.
영재학교는 서울과학고, 경기과학고, 인천예술과학고, 세종예술과학고, 대전과학고, 한국과학영재고(부산), 대구과학고, 광주과학고 등 모두 8곳이 운영되고 있으며 올해 신입생 834명을 뽑았다. 이들 영재학교는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한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영재학교 신입생 834명 중 70.1%인 585명이 서울과 경기 출신이었다. 광주는 5.5%, 대전 5.2%, 부산 4.3%, 인천 4.2%였다. 서울·경기 출신 비율이 높은 학교는 서울과학고(89.1%) 경기과학고(88.9%) 인천예술과학고(83.1%) 세종예술과학고(74.0%) 순이었다. 대전과학고는 대전 출신이 17.9%였는데 서울·경기 출신이 69.5%로 4배에 달했다.
부산에 있는 한국과학영재학교도 부산 출신이 17.7%, 서울·경기 학생은 64.5%로 비슷했다. 신입생 절반을 지역 인재로 선발하는 광주과학고를 제외한 모든 영재학교에서 서울·경기 출신이 과반을 넘었다.
영재학교 입학생을 많이 배출하는 시·군·구를 분석해보니 상위 10곳은 이른바 ‘사교육 특구’ 지역에 해당했다. 이들 지역은 전체 신입생 834명의 절반인 413명(49.5%)을 배출했다. 서울의 경우 상위 5곳(강남구 양천구 노원구 서초구 송파구)이 전체 서울 지역 입학생 319명 가운데 233명(69.9%)을 차지했다. 경기는 상위 5개시(고양시 성남시 용인시 안양시 수원시)에서 경기 지역 신입생 266명 중 190명(71.4%)을 배출했다.
서울과학고는 서울지역 입학생 94명 가운데 40.4%(38명)가 강남구 출신으로 조사됐다. 전체 입학생 128명 가운데 62명(48.4%)이 강남 대치동의 특정학원에 다닌 경험이 있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신 의원이 영재학교 입시로 유명한 사교육기관 3곳의 2019학년도 영재학교 입학생 실적 홍보물을 조사해보니 A학원 266명, B학원 80명, C학원 74명이었다. 다른 사교육기관의 입시 실적까지 고려하면 영재학교 입학생 대다수가 사교육을 거쳤다고 분석했다.
영재학교는 문재인정부의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 폐지 정책으로 앞으로는 더욱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영재학교는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라 운영된다. 따라서 정부의 고교서열화 해소 정책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게다가 서울대 포항공대등 상위권 대학에서 비율이 높은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유리하다는 장점도 있다. 일반 고교에서 금지하는 소논문 활동 등을 학생부에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2020학년도 영재학교 경쟁률은 15.32대 1이었다. 2019학년도에선 14.43대 1, 2018학년도는 14.01대 1이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특권이 대물림되는 귀족 교육으로 전락한 영재학교 입시를 하루빨리 정상화해야 한다”며 “교육부는 진짜 영재를 발굴하고 개인의 타고난 잠재력을 계발하도록 돕는 교육기관으로 존재하도록 적극적인 관리 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