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가을철 복병인 ‘쯔쯔가무시증’이 치명적인 심장 합병증 발생과 사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3군 법정 감염병인 쯔쯔가무시증은 풀숲 등에 사는 털진드기에 물려 옮는 급성 열성 질환으로 국내에서도 매년 6000~1만여명씩 발생하고 있다.
을지대병원 심장내과 강기운 교수와 예방의학교실 장석용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토대로 2006년부터 2016년까지 약 10년간 쯔쯔가무시증 진단 환자 23만3473명을 전수 조사해 감염 이후 심장질환 발생과 사망률의 상관성을 규명해 냈다고 10일 밝혔다.
쯔쯔가무시증과 심장질환의 연관성을 밝힌 것은 이번이 세계 처음이다.
연구에 따르면 전체 환자 가운데 2402명(1.03%)에서 쯔쯔가무시증 발병 이후 기존에 없던 ‘심방세동’이 새롭게 발병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성이 1362명으로 남성(1040명)보다 많았다.
심방세동은 심장 박동이 불규칙한 부정맥의 한 유형으로, 심장 윗부분인 심방(심장으로 들어오는 피를 받는 곳)이 무질서하게 뛰고 미세하게 떨리면서 불규칙한 맥박을 만드는 병이다. 급성 심근경색 뿐 아니라 뇌졸중 위험을 4~5배 높인다.
쯔쯔가무시증 진단 이후 심방세동이 새로 나타난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급성 심부전(심장기능 저하)과 허혈성 심질환(심장 혈관이 좁아져 혈액 공급이 잘 안됨)이 발생할 확률이 각각 4.1배, 1.9배 가량 높았다.
또 급성 심부전과 허혈성 심질환이 생긴 이들은 쯔쯔가무시증 감염 후 3개월 내 사망할 가능성이 각각 2.4배, 13.7배 증가했다.
즉 중증 쯔쯔가무시증에 감염되면 심방세동이 생길 수 있고 이 경우 급성 심부전이나 허혈성 심질환 같은 심장 합병증이 동반될 위험성이 높아지는 동시에 3개월 내 사망률도 크게 높아진다는 사실이 대규모 연구를 통해 밝혀진 것이다.
쯔쯔가무시증은 ‘오리엔티아 쯔쯔가무시균’에 감염된 털진드기에 물려 옮는 급성 열성 질환이다. 풀숲 등에 사는 털진드기 유충이 주로 활동하는 9~11월에 많이 발생한다.
치사율은 0.1~0.2% 정도다. 잠복기는 1~3주이며 38도 이상의 고열과 오한, 두통이 갑자기 생기고 복통, 설사 증상을 보여 단순 감기와 헷갈릴 수 있다. 털진드기 물린 부위에 가피(검은 딱지)가 생기는 게 특징이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 포털에 따르면 국내에선 2014년 8130명, 2015년 9513명, 2016년 1만1105명, 2017년 1만528명, 2018년 6668명의 쯔쯔가무시증 감염자가 발생했다. 올해에도 최근까지 938명(잠정 집계)의 환자가 신고됐다.
강기운 교수는 “쯔쯔가무시증을 일으키는 병원체는 감염되면 혈액을 타고 전신 감염을 일으키는 보통의 감염병과 달리 혈관염을 유발하거나 장기를 직접 공격하는 특성이 있다”면서 “병원균이 심장을 직접 공격하거나 균에 의한 면역반응 혹은 독성 때문에 심장 합병증을 일으키는 걸로 추정된다. 보다 구체적 메커니즘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심장질환이나 돌연사로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들에게서 쯔쯔가무시증이 진단되는 경우가 수년간 반복 관찰돼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면서 “쯔쯔가무시 환자들의 심장 합병증 발생을 조기 진단하기 위해 중증 쯔쯔가무시 감염병인 경우나 기존에 심장질환을 갖고 있던 환자가 쯔쯔가무시증에 감염된 경우 항생제 치료 중에 지속적인 심전도 검사가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임상 심장학(Clinical Cardi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