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력갱생 강조하는 北, 기록영화 ICBM 발사 장면에 ‘대사변’

입력 2019-10-09 17:23
조선중앙TV가 9일 방영한 새 기록영화 '자력으로 승리떨쳐온 빛나는 역사'에서 북한의 ICBM 시험발사 장면이 방영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조선중앙TV 화면 캡처)

북한이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 이후 공개한 기록영화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장면이 다수 포함돼 의도가 주목된다.

조선중앙TV는 9일 ‘자력으로 승리 떨쳐온 빛나는 역사’라는 제목의 새 기록영화를 방영했다. 총 100분 분량의 영화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정권의 각 분야 자력갱생 성과를 전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하지만 영화는 후반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국방 분야 자력갱생을 소개하면서 김 위원장 집권 기간 중 시험발사한 무기를 대거 소개했다. 300㎜ 방사포와 북극성-1형, 북극성-2형, 북극성-3형, 화성-12형, 북한판 이스칸데르,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 초대형 방사포 등이 총 망라됐는데, ICBM인 화성-14형과 15형, ICBM 엔진에 해당하는 대출력 발동기 지상분출시험 장면도 담겼다.

특히 영화는 2017년 11월 29일 시험발사한 화성-15형 발사 장면에 ‘11월 대사변’이라는 자막을 달았다.

앞서 스톡홀름 실무협상 북측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지난 7일 “미국이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어떤 끔찍한 사변이 차려질 수 있겠는지 누가 알겠느냐. 두고 보자”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이 북·미 비핵화 협상이 다시 교착국면에 빠진 상황에서 새 기록영화에 ICBM 발사장면을 ‘대사변’이라는 자막과 함께 포함시킨 것은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다시 핵실험과 ICBM 발사시험을 재개할 수 있다’는 엄포성 메시지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북한 노동신문은 노당당 창건 74주년을 하루 앞둔 이날 ‘당을 따라 우리는 전진 또 전진할 것이다’라는 제목의 정론 기사에서 “그 어떤 엄혹한 시련과 환경 속에서도 나라의 발전 면모를 하루빨리 세계적 수준에 올려세우고 끝없는 상승일로를 걷게 하는 최상의 진로는 자력갱생에 있다”며 “자력갱생하면 살고 외세의존에 매여 달리면 망한다는 것이 날이 갈수록 더욱 뚜렷해지는 현 세계의 진리”라고 강조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