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밀집수비를 속 시원히 뚫어낼 수 있을까. 최근 물 오른 감각을 선보이고 있는 ‘유럽파 3인방’ 손흥민·황의조·황희찬이 스리랑카를 상대로 화끈한 승리에 도전한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0일 오후 8시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스리랑카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2차전을 치른다.
스리랑카는 FIFA 랭킹 202위에 불과한 H조 최약체다. 5일 말레이시아(158위)와의 친선 경기에서 정상적인 경기운영을 펼치다 0대 6으로 대패했을 정도다. 하지만 극단적인 수비전술로 나설 경우 까다로워진다. 공격수까지 모든 선수가 후방으로 내려섰던 지난 1·2차전에서 투르크메니스탄(131위)과 북한(113위)은 고전을 이어가다 스리랑카에 각각 2대 0, 1대 0으로 신승했다.
밀집수비를 뚫을 비책이 필요한 건 그래서다. 한국은 지난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도 밀집수비에 고전했다. 전반 13분 나상호의 선제골 이후 빠르게 추가골을 뽑아내는 데 실패하면서 후반엔 여러 차례 상대에게 역습 찬스를 내주기도 했다. 북한과의 3차전 원정경기를 대비해서라도 대승이 절실하다.
손흥민·황의조·황희찬 등 아시아 최고 공격진의 최적 조합을 찾는 게 과제다. 손흥민은 올 시즌 9경기 3골 3도움, 황의조는 8경기 2골 1도움을 올리고 있다. 황희찬은 11경기 7골 10도움의 최상의 컨디션을 선보이는 중이다. 세 선수가 올 시즌 유럽 무대에서 올린 공격포인트만 26개(12골 14도움)다.
하지만 대표팀에서 세 선수의 시너지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익숙한 스트라이커 자리에서 뛴 황의조만 벤투호 출범 후 18경기 9골을 기록했을 뿐, 손흥민은 자주 3선으로 내려와 수비를 돕는 움직임을 보였다. 중앙이 익숙한 황희찬도 측면 공격수나 윙백으로 투입되며 자신의 장점을 온전히 발휘하기 힘들었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4-4-2 포메이션에서 황희찬을 황의조와 투톱으로 쓰고 손흥민은 측면 프리롤로 배치하는 게 최적 조합”이라며 “공격형 미드필더 남태희와 함께 기술이 있는 네 선수가 계속 위치를 변화시키며 세밀한 플레이를 보여준다면 밀집수비도 뚫어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고공 폭격기’ 김신욱을 활용한 플랜B도 중요하다. 김신욱은 중국 슈퍼리그에서 올 시즌 8경기 8골 2도움을 기록하며 아시아 수비수들을 강력한 피지컬로 압도하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도 후반 37분 교체 투입돼 두 번의 헤더로 수비진영을 붕괴시켰다.
풀백들의 정교한 크로스는 김신욱의 높이에 날개를 달 수 있다. 김진수와 이용, 홍철과 김문환은 올 시즌 K리그에서 13도움을 합작했다. 풀백들의 깊숙한 공격 가담을 선호하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전술상 이들의 크로스에 이은 김신욱의 헤더는 한국이 활용할 수 있는 두 번째 무기가 될 수 있다.
벤투 감독은 7일 기자회견에서 “최대한 간단하고 효율적으로 경기 운영을 해야 한다. 공격하면서 주고받는 패스와 슈팅의 정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8일 훈련에서도 선수들은 공격진의 움직임으로 상대를 끌어낸 후 빠르고 강한 2대 1 패스나 스루패스를 공간을 향해 찔러 넣는 부분 전술을 반복 연습했다. 재료는 모두 준비됐다. 이제 밀집수비를 깨부술 일만 남았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