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도 광화문서 대규모 ‘조국사퇴’ 보수집회…여의도에선 ‘조국수호’

입력 2019-10-09 16:46 수정 2019-10-09 17:03
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퇴진 촉구 집회’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최현규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보수단체들의 집회가 한글날인 9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렸다.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는 이날 낮 12시부터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대한민국바로세우기 2차 국민대회’를 진행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주광덕 의원 등 한국당 의원들도 개별적으로 집회에 참가했다.

이날 집회로 광화문광장에서 시청역 앞까지 1.4㎞ 구간의 도로가 전면 통제됐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에 500만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 개천절 집회(주최측 300만명 참석 추산) 때는 광화문광장에서 남대문 앞까지 2㎞ 구간이 통제됐었다.

경찰은 집회 질서를 유지하고, 폭력 등 충돌 사태가 일어날 것에 대비해 광화문 일대에만 84개 중대 경력 4500여명을 투입했다.

양손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집회 참가자들은 ‘조국 구속’ ‘검찰 독립’ 등 구호를 외치며 조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문재인정부를 규탄했다. 이들은 오후 4시쯤 청와대 사랑채 방향으로 행진했다.

황교안(왼쪽) 자유한국당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가 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퇴진 촉구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서울대 집회추진위원회 20여명은 청계광장에서 참가자들에게 ‘서울대 문서위조학과 공익인권법센터장’ 명의 인턴십활동 예정증명서를 나눠주는 등 퍼포먼스도 했다.

우리공화당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조국 구속 촉구’ 특별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우리공화당은 “조 장관 동생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불의와 불법이 법원을 점령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집회에 참가한 김미연(39)씨는 “서초동 집회에 맞서 나왔지만 이런 식으로 광장정치가 이뤄지는 건 옳지 않다. 정치인들이 정치를 제대로 하고, 국민들은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인묵(41)씨는 “광장정치가 안 좋은 건 알지만 청와대가 불통”이라며 “검찰 개혁에 찬성하지만 조 장관이 지휘하는 개혁이 맘에 들지 않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전 10시 광화문 북측 광장에서 열린 정부의 한글날 경축식은 차질없이 진행됐다. 그러나 오후부터 세종대왕상 앞에서 진행된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글문화큰잔치는 집회 인파에 묻혀 어수선한 상황에서 진행됐다.

온라인커뮤니티 '루리웹'의 정치유머게시판 이용자들인 ‘북유게사람들’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우리가 조국이다’ 시민참여문화제를 열고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선 조 장관을 지지하는 집회가 열렸다. 온라인커뮤니티의 정치유머게시판 이용자들인 ‘북유게사람들’이 ‘우리가 조국이다’ 시민참여문화제를 열어 3000명(주최측 추산)이 참여했다. 이들은 ‘윤석열 파면’ ‘공수처 설치’ 등이 적힌 손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집회 주최자 이태우(33)씨는 “특정단체가 개최한 서초동 집회에서 논란이 될 인사가 대표연설을 해 불편하다는 시민들이 나왔다”며 “조 장관 지지에 집중하고 싶은 시민들에게 다른 선택지를 주고자 집회를 열었다”고 주최 배경을 밝혔다.

맞은편에선 보수 시민단체 ‘자유연대’ 회원 100여명이 조 장관을 비판하는 맞불 집회를 열어 ‘조국 구속’ ‘조국 수호’ 구호가 동시에 울려 퍼지는 장면이 연출됐다.

박구인 황윤태 안규영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