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러시아, 유럽 전담 공작조직 ‘29155 부대’ 운영해왔다”

입력 2019-10-09 16:12

러시아가 유럽 내 공작 활동을 전담하는 특수 조직을 운영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2016년 몬테네그로 쿠데타 시도, 지난해 러시아 출신 이중간첩 살인미수 등 유럽에서 벌어졌던 각종 사건의 배후에 이 조직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조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주창한 ‘하이브리드 전쟁’ 전략에 따라 사이버 공격과 여론조작 등 다양한 공작을 벌여온 것으로 추정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유럽 국가 내에서 정정불안 등을 야기하기 위한 특수조직인 ‘29155 부대’를 운영해왔다고 서방 정보 당국자를 인용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9155 부대는 최소한 십여 년 넘게 활동해온 것으로 추정되지만 서방 정보 당국에 포착된 것은 최근의 일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조직은 체제 전복과 사보타주, 암살 등 공작 활동에 특화된 것으로 평가됐다.

29155 부대는 러시아군 정보기관인 정보총국(GRU)의 지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GRU 산하 조직과 관련해 알려진 내용은 거의 없지만 2016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으로 일부 정보가 공개된 바 있다. 대선 수개월 전 GRU 산하 사이버전 조직인 ‘26165 부대’와 ‘74455 부대’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이메일을 해킹하고 이를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전달한 바 있다.

29155 부대는 모스크바에서 원격 공작을 하는 사이버전 부대와 달리, 요원들이 유럽 각국에 잠입해 현장 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요원 중에는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체첸 내전,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참전한 경험이 있는 전직 군인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활동이 워낙 은밀한 탓에 서방 정보 당국은 그 존재를 최근까지도 눈치 채지 못했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유럽의 안보 당국자는 NYT에 “이 부대는 지난 수년 동안 유럽 전역에서 활동해왔다”며 “러시아가 우호국 내에서 자유롭게 활보하며 매우 사악한 행위를 자행해온 것이어서 놀랍고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서방 정보 당국이 29155 부대의 실마리를 발견한 건 2016년 몬테네그로 쿠데타 시도 당시다. 러시아는 몬테네그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방해하기 위해 쿠데타를 사주했으나 실패했다. 당시 29155 부대 소속 요원 2명이 몬테네그로 총리 암살과 의회 건물 장악을 목적으로 투입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지난해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스파이 독극물 암살 미수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요원의 신원이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 내용과 관련,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NYT에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자국 국방부에 문의하라고만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답변을 거부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