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장 위구르족 탄압’ 中 관리들 비자 불허…양국 갈등 고조

입력 2019-10-09 14:34
신장 자치구 재교육 수용소에 갇힌 위구르족 모습.

미국 정부가 중국 신장 지역의 위구르족 등 이슬람 소수민족 인권탄압과 관련된 중국 관리들의 미국 비자를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는 소수민족 탄압과 관련된 중국 정부 기관과 기업들을 무더기로 제재 대상에 올린지 하루만에 나왔다. 이에 따라 양국 관계가 경색되면서 10일 워싱턴에서 재개되는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도 난항이 예상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신장 지역의 위구르족과 카자크족을 비롯해 이슬람 소수민족에 대한 구금이나 학대에 책임이 있거나 연루된 정부 관리와 중국 공산당 간부들이 제재대상에 올랐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비자 제한 대상에 오른 관리들의 이름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번 조치는 미국 상무부가 중국 내 이슬람교도들에 대한 ‘인권 탄압’에 관여한 신장 인민정부 공안국과 19개 산하 기관, 8개 기업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폼페오 장관은 “중국은 신장의 종교와 문화를 지우기 위한 잔인하고 체계적인 운동을 벌여 100만명 이상의 이슬람교도들을 강제 억류했다”며 “중국 정부는 서슬퍼런 감시와 억압을 중단하고. 임의로 억류된 모든 사람들을 석방해야 하며, 해외에 있는 중국계 이슬람교도들에 대한 위협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트위터 캡처

미·중 정부간에 홍콩 시위를 둘러싼 설전이 벌어지고, 미국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 단장의‘홍콩 시위 지지’ 트윗으로 중국의 반발이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신장 위구르 소수민족 문제까지 부각시키면서 양국 관계가 다시 얼어붙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전문가인 주드 블랑쉐는 “미국이 중국 관리들을 제재하면서 긴장이 새로운 변곡점을 맞았고, 이는 양국 관계에 장기적인 영향을 줄수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신장 위구르 지역의 인권탄압을 강도높게 비판해왔지만 이와 관련한 미국 정부 차원의 제재 조치가 나온 것은 사실상 처음이어서 인권단체들은 크게 반기고 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위구르 인권 프로젝트’의 오메르 카나트 소장은 “우리는 신장 위구르족 탄압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강경한 입장을 밝힌데 이어 구체적인 제재 조치를 취한 데 대해 매우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정부가 이번주 무역협상 이후 제재 조치를 발표할 수도 있었다”며 “이는 미국 정부가 (신장 위구르 지역 문제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중국은 이번 조치에 대해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보고 있다.

마지화 베이징다오징 컨설팅 애널리스트는 9일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미국의 중국 기업 제재는 전형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무역 협상 전략”이라며 “협상과 제재를 활용하려는 조치로 볼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오링윈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도 “미국이 신장지역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반중 정서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라며 “이는 미국이 더 많은 카드를 손에 쥐기 위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중국 상무부는 8일 밤늦게 기자 문답을 통해 “미국은 오랫동안 자국의 법을 근거로 중국 기관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왔다”면서 “이번 제재 역시 인권을 핑계로 중국 내정에 간섭하고, 중국의 신장 정책을 곡해했다”고 비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