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휴대전화를 개통하게 한 다음 기계를 판 돈 일부를 대출해주는 수법인 이른바 ‘휴대전화 깡’은 대부업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휴대전화 판매업자 김모(52)씨의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김씨가 받고 있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원심 선고대로 징역 1년6개월을 확정했다.
김씨 등 일당 4명은 2017년 3월~2018년 2월 타인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단말기를 중고품으로 판매한 수익금 일부를 명의자에게 준 다음 할부금을 상환받는 식으로 자금을 융통했다. 이들은 ‘휴대전화 소액대출’ 명목으로 주로 신용불량자나 대학생, 고령자를 유인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이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은 채 572차례 3억6755만원을 같은 수법으로 빌려준 것으로 파악했다.
대법원은 김씨 일당의 행위를 대부업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대부업법이 규정하는 금전 대부는 기간을 두고 장래에 일정 액수를 돌려받을 것을 전제로 금전을 교부하는 신용 제공행위를 필수로 포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휴대전화를 실제 매입했고, 이를 통해 유통 이윤을 얻은 것에 불과하다”며 “이자나 변제기한 등 대부조건이 없었고, 나중에 돈을 돌려받기로 한 게 아니어서 돈을 빌려준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대출의뢰자가 휴대전화 할부금을 갚는 건 김씨 행위와 직접 관련이 없고, 지급 액수도 신용이나 이자율과 무관하다”며 “대부업법 위반을 무죄로 본 원심 판단에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