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도 버림 받나…쿠르드족, 美 시리아 철군론에 위기

입력 2019-10-08 19:01
쿠르드족.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터키와 접한 시리아 북동부 국경에서 미군 철수하고 터키의 군사작전에 대해 일체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쿠르드족은 터키군의 토벌 위협에서 안전하지 않게 됐다. 쿠르드족은 “백악관이 군대를 철수시킴으로써 또다시 터키의 시리아 북부 및 동부 점령에 동의했다”며 미국 측 결정을 비난했다.

시리아 북부 미군 배치 지역.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쿠르드족은 우리와 함께 싸웠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돈과 장비를 지급받았다. 그들은 수십 년 동안 터키와 싸우고 있다”며 “나는 거의 3년 동안 이 싸움을 막았지만 이제 말도 안 되는 끝없는 전쟁에서 벗어나 우리 군인들을 집으로 데려올 때”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우리의 이익이 되는 곳에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백악관 행사에서도 기자들과 만나 철군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터키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기자들이 왜 시리아 독재자의 편을 드는지를 묻자 “나는 어느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다”면서도 “만약 터키가 해야 할 일에서 벗어나 무엇인가를 하면 우리는 그들의 경제에 큰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시리아 내전 개입 일지. 연합뉴스

3200만명으로 구성된 쿠르드족은 중동에서 4번째로 많은 인구를 거느렸음에도 공식적인 국가가 없는 민족이다. 터키, 이라크, 이란, 시리아 등에 흩어져 살고 있다.

독립된 국가를 가지고자 쿠르드족은 2차 세계대전부터 지속적으로 독립투쟁을 이어왔다.

지난 2016년에는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지원받아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를 소탕하는데 일조했다. 쿠르드족이 중심이 된 민병대 시리아민주군(SDF)는 IS의 점령지인 시리아 북부 만비즈를 탈환했으며, 이듬해 본거지인 락까도 점령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쿠르드족은 미국의 IS 소탕을 지원하면 미국으로부터 독립국가 건립을 위한 지원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결국 배신당한 셈이 됐다.

터키 국방부 트위터. 연합뉴스

한편 터키군은 시리아 쿠르드 민병대(YPG)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하지는 않았지만 부분적인 공격은 이미 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군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시리아 북동부 군사작전 준비가 완료됐다고 전했다. 이어 터키 일간 사바흐의 8일 보도에 따르면 터키군이 시리아 북부 알-말리키야 마을에 배치된 YPG 부대를 겨냥해 포격 사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김영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