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이 8일 ‘검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했지만 그 내용과 방향에 대해 의구심이 일고 있다. 이달 중으로 결론내야 할 개혁안의 방향과 내용이 결정되지 않았다. 상충되는 개혁 방안도 있어 설익은 개혁안을 내놨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임 한 달을 맞아 검찰개혁 추진 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우리 정도로 피의사실이 알려지는 경우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많지 않다”며 “언론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지만 피의자 권리와의 균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안’을 제정해 피의사실 공표를 차단하겠다고 했다. 다만 어떤 근거로 OECD 국가 들 중 한국이 피의사실 공표가 많다는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조 장관은 조 장관 가족을 둘러싼 수사에 이 규정이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규정은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때부터 일관되게 추진해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대통령령이건 법무부령이건 바뀌면 시행 일자가 정해질 것”이라며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도와 법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 한다”고 했다. 조 장관 본인 일가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 된 뒤 해당 규정이 적용될 거라는 말이다.
다만 조 장관이 이날 ‘신속추진과제’로 내놓은 것들 중 내용이 상충되거나 면밀 검토가 필요한 부분은 적지 않았다. 법무부는 이달 안으로 신속추진과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는데 벌써부터 우려가 나온다. 법무부 관계자는 ‘부당한 별건수사·수사 장기화 제한’이라는 신속추진과제에 대한 기자들의 질의에 대해 “조금 더 검토해야 한다” “종합해서 결정하겠다” “여러 사안을 봐야한다” “설계를 어떻게 할지는 정확히 모른다”는 식으로만 대답했다. ‘별건 수사가 부당하다는 것은 어떻게 결정하는지’ ‘수사 장기화의 기준은 무엇인지’ 등의 질의에 대한 것이다. 이달은 휴일 등을 제하면 보름 남짓 남아있다. 그런데도 해당 과제의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정해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파견 검사를 최소화 한다는 방안에 대해서는 실태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파견 검사 최소화에 대해 “모든 파견 사항을 다 검토한다는 것은 아니고 외부기관 파견, 3개월 이상 파견 등 이런 부분에 대해서 살펴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3개월 이상 파견 검사는 몇 명이냐’는 질의에 “파악이 안됐다”고 답했다. 검사 파견 여부를 결정할 심사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도 “정확히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파견 검사가 제일 많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검토 하겠다”고 답했다.
게다가 장시간 소환 조사 및 심야 조사를 금지하겠다고 하면서도 출석 조사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안은 상충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그럼 ‘출장 조사’를 하라는 말이냐”는 불만이 나왔다. 한 변호사는 “도대체 뭘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이렇게 질러놓고 구체적인 내용은 하나도 없다고 하니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최대한 빨리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설익은 방안들을 내놨다”며 “이를 그대로 시행할 경우 국민들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하는 조 장관과의 일문일답.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검찰청에만 특수부를 남긴다는 내용 등 대검찰청의 자체 개혁안이 상당 부분 수용됐다. 그러나 법무검찰개혁위의 권고안보다는 한발 물러선 느낌인데, 이유가 있나.
“대검에서 제안한 내용을 받아들이는 건 당연하다. 개혁위 권고 사안은 단기적으로 바로 할 수 있는 게 아닌 경우가 있다. 후퇴했다기보다는 개혁위 권고 사안이 대검 개혁안과 성격이 다르므로 수용도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특수부 폐지는 검찰 조직 전체 개편과 엮여 있다. 대검 건의사항에 각계각층의 건의를 더해 검토하고 최종적으로는 대통령령을 바꿔야 한다.”
-이달 안에 (특수부 축소·폐지를 위한) 대통령령이 개정되는 것인가.
“대통령령 개정은 국무회의 통과가 필요한데, 10월 중 개정이 이뤄지려면 여러 절차를 밟아야 한다. 조만간 그 절차에 착수할 것이다. 직접수사 부서 축소는 대통령령 개정 후 절차에 따라야 하므로 시간이 있다고 보면 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부서 축소도 검토 중인가.
“특수부를 몇 개 남길 것인지는 대검에서 발표한 바 있어 대검 의견을 존중한다. 서울중앙지검 외에 전국적으로 2곳에 (특수부가) 남는데, 어디에 남길 것인지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어떻게 조정할지는 대통령령 사안이다. 제가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니다.”
-장관 가족들이 검찰 수사를 받는 것과 이번 검찰개혁 방안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부분이 있어 오해 소지가 있다. 그간 가족 수사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겠다고 해왔는데.
“대통령령이건 법무부령이건 바뀌면 시행 일자가 정해질 것이다.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도와 법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
-특수부 대신 반부패수사를 최소한으로 설치하는 게 구체적으로는 어떤 의미인가. 직접수사 범위까지 축소하겠다는 것인가.
“특수부를 반부패수사부로 개편하는 것은 부패 수사를 전담하는 부서가 당연히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검에는 대검 특수부라는 말이 없다. 대검 반부패부라고 한다. 대검 반부패부의 이름에 기초해 통일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 검찰 조직 내부에서 보면 특별수사라는 말 자체가 특별하고, 우월한 느낌이 있다. 일선 조직에서도 명칭에 대한 오해가 있으니 실질에 맞게 반부패부로 하겠다는 것이다. 수사 내용이 바뀌는 게 아니다. 과거 공안부도 오해가 있어서 공공수사부로 바꾸지 않았나.”
-특수부를 축소하면 역량을 쌓은 기존 수사 인력을 어떻게 재활용할 것이냐는 과제가 남는다.
“특수부 검사들이 크게 기여해온 것은 분명하며, 반부패수사 역량은 보전돼야 한다. 그런데, 검사의 80%를 차지하는 형사·공판부 검사도 매우 열심히 하고 있다. 특수부 검사만 열심히 일하는 게 아니다. 조율이 필요하다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기존 공보준칙을 폐지하고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안’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는데, 인권도 중요하지만 검찰 수사 상황 취재를 통한 국민의 알 권리도 보장돼야 하지 않나.
“이 규정은 제가 만든 게 아니라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때부터 일관되게 추진해온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피의사실을) 공개하는 나라가 많지 않다. 언론의 자유가 당연히 보장돼야 하지만 피의자 권리와의 균형이 필요하다. 우리 같은 정도로 피의사실이 알려지는 경우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많지 않다. 기소 전후 관계없이 거의 동일하게 피의사실 공표가 이뤄져 왔다. 아직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안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변호사협회, 검찰, 학계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
-그간 검사 파견은 대검에서 일선 검찰청에 요청하면 법무부가 승인하는 방식이었다. 법무부 심사위원회에서 검사 파견 여부를 결정하면, 어떤 사건을 얼마만큼 수사하느냐에 법무부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 차관이 검사 파견 심사위원장을 맡아 우려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논의할 것이다. 워낙 파견이 내외로 많이 돼 형사·공판부 수사 인력이 모자란다는 얘기가 많다. 특정 사건에 대해 인력을 뺀다, 안 뺀다는 차원으로 이해하지 말아 줬으면 한다.”
-검찰 사건 배당 시스템은 법원과 같은 모델을 생각하시는 것인가.
“사건 배당은 법원과 똑같이는 못 할 거 같다. 다만 지금과는 다르게 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일선 청 검사들의 의견 들어보면 여러 비판이 많다. 법원과 똑같은 방식이 맞을 것인지는 모르겠다. 지금보다는 다른 방식이 논의 중에 있다는 정도만 말씀 드리겠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