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원생이 후배 연구원에게 유독성 화학물질을 먹이려다 체포됐다.
지방의 한 대학원생 김모씨가 지난 2일 서울대 대학원 연구실에서 유독성 화학물질인 톨루엔을 사용해 후배 A씨에게 위해를 가하려다 상해미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고 서울 관악경찰서가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일 밤 A씨의 자주 쓰는 텀블러에 유독물질인 99.9% 고순도 톨루엔을 물과 섞어 담았다. 톨루엔은 치명적인 신경 독성 물질로 본드에 사용되는 시너의 주성분이다. 다음날인 2일 새벽 2시경 A씨는 물을 마시려다 이상한 냄새를 맡고 경찰에 신고했다.
김씨는 지방의 한 대학 대학원 석·박사 통합과정에 재학 중이다. 지도교수가 2년여 전 서울대로 자리를 옮기며 함께 올라왔다. 그는 실험실장을 맡았는데 평소 A씨가 자신을 잘 따르지 않는다는 불만을 제기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검거 초반에는 “물을 마시려다가 톨루엔이 튀었다”고 범행을 부인하다가 “충동적으로 벌인 일”이라고 시인했다. 다만, 범행 사실은 맞지만 계획적이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인적이 드문 새벽에 범행을 저지른 점, 톨루엔 위험성을 잘 아는 그가 A씨가 이 물을 마실 때까지 기다린 점 등을 근거로 계획 범죄였을 것으로 판단했다. 김씨는 경찰의 추궁에 “톨루엔은 투명해 물에 섞어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고의성을 자백했다. 다만, 치사량에 비해 모자란 양을 넣었던 점,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살인미수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