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경심 측 “수사기록 열람 못해 재판연기 신청”

입력 2019-10-08 17:09 수정 2019-10-08 20:00
조국 법무부 장관이 8일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 브리핑룸에서 검찰개혁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과천=윤성호 기자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된 조국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법원에 재판을 미뤄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의 수사기록 열람·등사(복사)가 이뤄지지 않아 방어권 행사가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 교수 측은 8일 “법원에 공판준비기일을 늦춰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며 “재판부에서 11일까지 공소장이나 증거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하라는 공판준비명령이 내려왔는데 수사기록을 열람하지 못해 방어권 행사가 어려우니 의견서 제출 기한을 미뤄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 측은 그러면서 “의견서 제출 기한이 연장되더라도 첫 재판기일이 촉박하고, 검찰에서는 추가 기소하고 공소장 변경도 한다고 하니까 재판기일을 아예 늦춰달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에 따르면 정 교수 측은 이날 의견서를 1건 제출한 상태다.

법조계에서는 공판준비기일 단계부터 연기하려는 건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 교수는 지난 3일 검찰에 처음 출석했을 때 일찍 귀가 요청을 했고, 조사보다 조서 열람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고의로 수사를 지연한다는 논란이 있었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공판기일도 아니고 준비기일을 연기하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수사기록 미열람을 이유로 준비기일을 늦춰달라는 건 본 적이 없다”며 “재판부도 기준으로 삼을 사례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정 교수 측은 “재판 지연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정 교수가 검찰 수사와 달리 재판에서는 노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강신업 변호사는 “수사단계에서는 노출을 피할 수 있지만 재판에서는 그게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 입장에선 검찰 수사가 길어질수록 인권침해 논란 등 잡음이 나와 수사 동력을 떨어뜨리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 측이 수사기록을 못 본 상태에서 검찰에 일방적으로 끌려갈 것을 우려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 형사전문변호사는 “검찰이 재판 시작 단계에선 기록을 더 많이 가진 것을 이용해 피고인에게 불리한 심증을 재판부에 형성하려 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록을 못 본 변호인 측에선 일방적으로 당하는 구도인 셈”이라고 밝혔다.

구승은 구자창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