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30만원 적금하면 5년 후에 5000만원

입력 2019-10-08 12:06

“결혼과 출산, 장기근속에 대한 동기 부여가 되었습니다.”

충북의 한 중소업체에 다니는 직장인 A씨(29)는 충북행복결혼공제 매달 30만원씩 붓고 있다. 지난해 5월에 가입해 벌써 1년5개월째다. 빠른 시일 내에 결혼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에 열심히 적금을 부었다. 그동안 납입한 510만원은 1360만원으로 불어났다. A씨가 월 30만원 저축할 때마다 80만원으로 불어나기 때문이다. 5년 뒤 결혼을 하면 이자를 포함, 5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원금보다 3200만원 더 받는다. 충북도와 시·군이 30만원, 기업이 20만원을 보태주기 때문이다. 청년층들에게 ‘슈퍼공제’로 소문난 이유다.

하지만 A씨가 5000만원을 오롯이 받기 위해서는 소정의 조건을 이행해야 한다.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5년간 근속해야 한다. 1년의 유예기간을 고려해 공제 가입 후 6년 이내에 결혼도 해야 한다. 4년간 일하다가 이직 등의 이유로 퇴직한다면 본인이 낸 1440만원과 이자만 받을 수 있다. 5년간 근속했더라도 제때 결혼하지 못하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본인 적립금 등 3600만원과 이자로 줄어든다.

옥천지역 제조업체에 다니는 B씨(39)도 지난해 이 공제에 가입했던 직장 동료의 추천으로 올해 처음 가입했다. 나이가 있는 만큼 결혼 고민이 많지만 5년 후 5000만원 정도를 찾을 생각에 결혼을 결심하게 됐다.

충북도 청년일자리팀 최온경 주무관은 8일 “기업은 직원들의 이직을 막을 수 있고 지자체는 결혼을 유도해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며 “결혼과 근속을 조건으로 목돈을 지급하는 제도로 내년에는 300여명을 추가로 모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만성적인 일손 부족은 중소기업의 큰 고민거리다. 직원을 채용해도 2∼3개월 근무하다가 그만두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그때마다 인력을 다시 뽑지만 이직률이 높다 보니 늘 일손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게 중소기업들의 호소다. 청년들 또한 걱정이 크다. 중소기업은 일이 힘든데 보수마저 적다 보니 결혼을 제때 하기 어렵다. 결혼을 아예 포기하거나 시기를 늦추는 청년들도 허다하다.

충북도와 11개 시·군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전국 최초로 충북행복결혼공제 사업을 시작했다. 장기근속 유도와 출산율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이 사업은 지난해 400명 가입이라는 성과를 끌어냈다. 올해는 청년농업인 120명을 포함해 330명이 가입했다. 이 사업은 지난해 11월 행정안전부가 주최한 지자체 저출산 우수시책 경진대회에서 대통령 표창(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대상은 중소·중견기업에서 일하는 만 18∼40세의 미혼 근로자이다. 기업 1곳당 최대 5명이 행복결혼공제에 가입할 수 있다. 올해에는 미혼 청년 농업인도 가입 대상에 포함됐다. 농업인은 본인과 지자체가 각각 매달 30만원을 5년간 적립한 금액 3600만원에 이자를 더한 목돈을 받을 수 있다. 이 역시 청년 근로자들처럼 5년 농업 종사 및 결혼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청년 농업인 가입자의 경우 결혼 축하금 100만원이 추가로 지급된다. 도는 이날 도청에서 NH농협은행, 충북지역개발회와 충북행복결혼공제사업 청년농업인 후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청년농업인은 공제가입 기간 동안 본인 결혼시 공제금 외에 결혼축하금으로 100만원을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다.

중소기업들의 반응은 꽤 좋다. 1인당 매달 20만원씩을 부담해야 하지만 손해 볼만한 일은 아니다. 세제 혜택을 통해 법인기업 부담액은 월 최대 5만9000원, 개인기업은 월 1만1000원까지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은 “결혼을 꿈꾸며 근속하는 젊은 직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도는 내년부터 충북행복결혼공제사업의 기업부담금을 20만원에서 10만원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예정이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