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차에 걸친 화성연쇄살인사건 전부를 자신의 범행이라고 자백하고 있는 이춘재(56)가 당시 8차 사건 이후 경찰조사를 받았으나 범행현장에서 발견된 체모와 체모 형태가 다르고 혈액형이 달라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8차 사건은 애초 모방범죄로 분류됐다가 최근 이씨가 자신의 범행이라고 자백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이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처벌까지 받은 윤모(당시 22세·농기계 수리공)씨는 최근 경찰과 만나 결백을 주장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장기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은 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경찰은 이씨가 8차 사건도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함에 따라 최근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무기징역을 확정받고 20년을 복역하다가 감형받아 2009년 출소한 윤씨를 만나 조사를 벌였다.
경찰조사에서 윤씨는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 진실이 밝혔졌으면 한다”고 결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당시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당시 13세) 양의 집에서 박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으로 윤씨와 이씨는 모두 박양의 집과 근거에 살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6차 사건 이후 유력한 용의자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8차 사건때는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와 이씨의 체모가 형태가 다르고, 혈액형이 달라 용의선상에서 제외됐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씨는 9차 사건 전에 한 차례 더 조사를 받았지만 이씨가 다른 사건으로 수감 중이어서 서류 등의 조사로 마쳤다.
경찰은 이날 14차례 대면조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씨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기도 해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경찰 관계자는 “12차례 조사때는 이씨가 심경의 변화를 보여 취미 생활 등 잡담 수준의 얘기만 하다 그쳤다”면서 “지금은 이씨가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며 최대한 많은 얘기를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이씨가 14건의 살인 사건과 30여건의 성범죄를 자백하고 있으나 더 많은 살인과 성범죄 범행을 저질렀을 것으로 보고 당시 미제사건들을 모두 살펴보고 있다.
이씨는 현재까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4, 5, 7, 9차 사건 증거물에서 DNA가 나와 용의자로 특정돼 부산교도소에서 수감 중인 상태로 조사받고 있다.
그는 화성연쇄살인사건 이후인 1994년 1월 충북 청주 자택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3차 사건 증거물에 대한 DNA 분석을 의뢰하고 연일 이씨에 대한 대면조사를 진행하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