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앞으로 기초생활수급자를 결정할 때 예금 잔액뿐 아니라 입출금 내역도 들여다본다. 3개월 평균 예금 잔고만 본다는 점을 악용해 주식 거래 수익이나 후원금 등을 빼돌려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유지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정부는 기초생활수급자를 결정할 때 금융기관에서 받는 정보에 예금뿐 아니라 입금액 총액도 포함하는 내용이 담긴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현행법은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하는 경우 수급권자와 부양의무자가 제공을 동의해야 하는 금융정보에 ‘보통예금과 저축예금 등 요구불예금의 최근 3개월 이내 평균 잔액’을 규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 금융정보에 ‘최근 3개월 이내 입금액 총액’을 추가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경우 후원금을 타인 명의 계좌뿐 아니라 본인 명의로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유지했다”며 “이런 부정수급을 막기 위해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딸의 친구인 여중생을 추행한 뒤 살해해 시신을 유기한 혐의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영학은 수억원의 후원금을 받고도 기초생활보장급여 1억2000여만원을 챙겼다.
주식 거래를 통한 수익도 이 조항으로 잡아낸다. 정부는 일부 수급자가 주식 단타 매매로 발생한 수익을 그때그때 인출함으로써 잔고에 남지 않도록 해 기초생활급여를 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범죄 수준의 부정수급을 하는 사람을 가려내기 위한 장치”라며 “이상 징후로 볼 입금액 기준을 추후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은 기초생활수급자가 타인 명의로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예외조항도 명확히 했다. 치매 등의 사유로 거동이 불가능하거나 미성년자 중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기 어려워 본인 명의 계좌를 개설하기 곤란한 경우 배우자나 직계혈족이 대신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란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급여를 지급함으로써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립을 유도하는 것이다. 가구의 소득평가액과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합산한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의 일정비율 이하면 수급자로 선정된다. 개정된 시행령은 오는 24일부터 적용된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