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속기록 삭제 불가능하다”는 말에 여상규 위원장 표정

입력 2019-10-08 07:49
유튜브 영상 캡처. 좌측은 욕설 할 당시 여상규 위원장 모습(노컷브이 캡처) 우측은 정성호 의원 발언 듣고 있는 여상규 위원장 모습(팩트TV 캡쳐)

국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욕설 논란을 빚은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사과와 함께 속기록 삭제를 요청했다. 이에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번 기재되면 삭제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하자 여 위원장은 묘한 표정으로 정 의원을 쳐다봤다.

여 위원장은 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자신의 신상 발언에 반발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욕설했다. 발단은 국회 패스트트랙 사건에서 비롯됐다. 여 위원장은 이날 “패스트트랙 사건은 순수한 정치적 사건”이라며 “검찰이 손댈 일이 아니다. 밀어붙인다고 공정한 수사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

여 위원장은 이 사건으로 고발된 상태로 피감기관에 대한 수사 외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 의원도 “수사를 받아야 할 당사자가 수사가 적절치 않다, 수사를 사실상 하지 말라는 취지로 말했다”며 “이런 주장도 할 수 있지만 남부지검 조사실 가서 해야 할 이야기다. 국정감사에서 감사 위원이 할 말은 아니다. 국회법 정신을 정면으로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송삼현 서울남부지검장에게 “그런 논리들 기억에서 완전히 지우라. 그 말을 들었다 하는 사실 자체를 잊으라”고 당부했고 송 지검장도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고 답했다.

여야 의원들이 이를 두고 고성이 오갔다. 이 과정에서 여 위원장은 “듣기 싫으면 귀 막아요. 듣고 싶은 얘기만 들어요. 원래 듣고 싶은 얘기만 듣잖아, 하고 싶은 얘기만 하고, 민주당은”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도 “위원장 자격이 없다. 이게 뭐냐 대체”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여 위원장도 지지 않고 “누가 당신한테 자격 받았어”라며 호통을 친 뒤 혼잣말로 “웃기고 앉았네. XX같은 게”라고 중얼거렸다.

여 위원장의 욕설은 국감장 내 다른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이후 여 위원장은 “신상 발언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김종민 의원”이라며 “본인이 더 난리 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언권을 신청했지만 여 위원장은 주광덕 의원에게 질의 순서를 넘겼다. 이후 공방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여 위원장의 욕설 장면이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 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속기록을 통해 욕설을 확인한 뒤 사과를 요구했다. 여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은 인터넷에서 영상이 퍼지고 있다며 사과해야 한다고 설명하자 여 위원장은 나중에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송 의원이 “영상이 돌고 있어서 지금 해야 한다”고 설명하자 여 위원장은 에둘러 사과했다.

여 위원장은 “김 의원 말에 화가 나 (제가) 이렇게 얘기 했다고 한다”며 “영상이 있다고 하는데 그때 흥분한 건 사실”이라고 했다. “흥분해서 (사용한)정확한 표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런 말을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 여 위원장은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공개 사과했다.

그러나 송 의원은 재차 “위원장의 사과는 받아들이는데 김 위원에게 직접 하신 말씀이기 때문에 김 의원에게 정식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여 위원장은 “내가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이에 송 의원은 “속기록에 ‘웃기고 있네. XX 같은 게’라고 돼 있다”고 했다. 이에 여 위원장은 “김 의원에게 미안하고 사과드린다.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후 여 위원장은 자신의 발언을 속기록에서 지워달라고 요청했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질의 순서가 되자 “저도 고성을 지른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면서 “안타깝게도 속기록에 한 번 기재되면 삭제가 불가능하다. 약간의 취지 수정만 가능하다. 위원장님, 제가 존경하는데 차분하게 진행을 부탁한다”고 재차 요구했다.

이를 듣고 있던 여 위원장은 “내가 평소 정성호 의원을 존경해왔는데 이번에 존경할 이유를 다시 알았다”며 한발 물러섰다. 여 위원장은 1977년 서울대 법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뒤 서울고등법원 판사로 근무했다. 변호사로 활동하던 중 2008년 한나라당에서 공천을 받아 국회에 진출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