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집회 시 문화재 훼손돼… 종로구, 경찰에 고발

입력 2019-10-07 19:49
서울 광화문에 있는 사적 '고종 어극 40년 칭경 기념비' 모습. 뉴시스

서울 종로구청이 지난 3일 보수단체의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 중 일부가 역사 유물을 훼손했다며 범인을 잡아달라고 경찰에 고발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고종 어극 40년 칭경 기념비 내부로 들어가 음식물을 섭취하고 문화재를 훼손한 집회 참가자들을 지난 4일 종로경찰서에 고발했다”며 “(훼손) 당사자가 누군지 확인할 수가 없어서 성명 불상으로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경찰에서 당시 촬영한 사진 등을 통해서 당사자를 특정해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7일 밝혔다.

고종 어극 40년 칭경 기념비는 사적 171호로 광화문 교보빌딩 부근에 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 비는 고종이 왕이 된 지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비석이다. 비석에는 고종이 나라 이름을 대한제국으로 고치고 황제의 칭호를 사용한 것을 기념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비를 보호하고 있는 비전(碑殿)은 20세기초 전통적인 건축양식이 사라지기 전 세워진 건물로 같은 시기에 세워진 덕수궁 등과 함께 중요한 연구자료라고 문화재청은 소개했다.

종로구청에 따르면, 훼손된 부분은 외부 펜스다. 시위 참여자들이 이곳에 들어와 앉아서 휴식을 취하면 음식물을 섭취했다. 이곳은 출입금지 구역이라 무단 출입하면 센서가 작동해 경고방송이 나온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센서가 울리면 구청에 알림 신호가 온다. 우리 구청 직원이 현장에 나가 경고했고, 경찰도 경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러 사람들이 이 안으로 몰려들면서 출입문이 부서졌다”고 말했다.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적 171호 고종 어극 40년 칭경 기념비에서 종로구문화재돌봄사업단 관계자들이 훼손된 펜스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박원순 시장도 이날 오전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3일 광화문 집회 과정에서 참가자들이 사적인 고종 어극 40년 칭경 기념비 내부로 들어와서 음식물, 주류를 섭취했다”며 “거기는 출입금지 구역이고, 또 현장에서 직원들이 출입을 막고 2시간 내내 경보음을 내보냈는데도 불구하고 펜스라든지 시설물 일부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시장은 “집회시위가 헌법이 보장한 그야말로 가장 중요한 기본권이다”며 “그렇지만 폭력적이거나 불법적 시도까지는 관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