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일주일째 반정부 시위… 군경 발포로 사망자 100명 넘어

입력 2019-10-07 17:50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지난 5일(현지시간) 열린 시위에서 시위 참가자들이 부상자를 나르고 있다. 이라크 군경이 시위대에 실탄을 쏘는 강경진압을 하면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AP뉴시스

이라크에서 민생고 해결과 부패 척결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이라크 군이 시위대에 발포하면서 6일(현지시간)까지 집계된 사망자는 104명, 부상자는 6100여명에 이른다.

로이터통신 등은 지난 1일 수도 바그다드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이라크 전역으로 퍼지고 있으며 군의 강경진압으로 유혈충돌이 계속된다고 전했다. 게다가 사망자가 늘면서 시위대의 저항도 격렬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5일 유엔은 “무분별한 살상을 그만두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그리고 아델 압둘-마흐디 이라크 총리는 5일 내각회의를 열고 시위대를 진정시키기 위한 일련의 개혁 조치를 약속했다.

개혁 조치에는 이라크에서 극빈층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10만채를 건설하고 정부가 실업자 15만명에게 직업훈련을 제공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시위 과정에서 다친 시민과 군경의 치료 비용을 국가가 부담한다고 강조했다.

총리의 긴급 개혁 조치 발표 이후 잦아드는 듯 했던 시위는 6일 또다시 군경의 발포로 사상자가 나오면서 한동안 진정되기 어려워 보인다. 강경진압에 대한 정부의 책임 회피 주장도 시위대를 자극하고 있다. 이날 사아드 만 이라크 내무부 대변인은 “군경이 시위대를 향해 직접 발포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모종의 ‘악의적인 세력’이 양측 모두를 공격했다. 사망자 중 8명과 부상자 중 1000여명은 군인과 경찰”이라고 말했다. 이어 “군인들은 시위대와 군경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유혈 사태가 빚어진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지난 6일(현지시간) 열린 시위에서 군인들이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 이라크 군경이 시위대에 실탄을 쏘는 강경진압을 하면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AP뉴시스

만 대변인의 어이없는 발표에 대해 이라크 인권단체 독립인권고등위원회는 정부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아퀼 알-무사위 독립인권고등위원회 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평화적인 시위를 겨냥해 실탄을 사용하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정부는 시위대를 보호하고 이들이 타당한 요구를 막힘 없이 표현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젊은 층이 많이 포함된 이번 시위대는 민생고와 수도·전기 부족 문제 해결, 부패 청산을 요구하고 있다. 뚜렷한 주도 세력이 없고, 민생고를 참지 못한 시민들이 청년층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모인 것이 특징이다. 통상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시위가 특정 정파나 종교 지도자가 정치적 목적으로 주도해 왔다는 점과 대비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