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필기시험 수험생 명단에 ‘사딸라’ ‘오로치마루’ 등 실명이 아닌 것이 분명한 장난스런 이름들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취업준비생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사딸라’는 배우 김영철이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김두한 역할로 출연 당시 사용한 대사로 최근 광고 등에서도 널리 쓰이는 유행어다. ‘오로치마루’는 일본 애니메이션 ‘나루토’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KBS의 지난 6일 보도에 따르면 ‘사딸라’라는 이름으로 코레일 하반기 서류 전형에 지원한 응시자는 자기소개서 문항에 드라마 ‘야인시대’에 나오는 일화를 적었다.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제시하고 그 가치를 실천했던 경험을 기술하라는 자기소개서 문항에 이 응시자는 “저는 미군들과 협상을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협상 과정에서 미군 측은 임금을 하루 1달러부터 시작해서 50센트씩 올리면서 강경하게 자기의 주장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이에 동요하지 않고 네 번 연속 4달러를 외친 끝에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했다”고 적었다.
팀원으로서 동료들과 협력해 좋은 성과를 낸 경험을 소개하라는 문항에는 “예전에 하야시 파와 종로 침탈 문제를 놓고 싸운 적이 있다. 해가 질 때까지 기다린 후 상대방의 시야가 차단된 상태에서 상대 패거리의 전력을 이용해 서로 싸우게 했다. 그렇게 싸우다 보니 하야시 파는 서로를 칼로 찌르며 죽어갔고 결국 우리는 10배가 넘는 쪽수의 하야시 파를 무찌를 수 있었다”라고 답했다.
코레일 공채에서 어처구니없는 응시자명과 자기소개서 내용으로 서류 전형에 합격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7일 JTBC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류 전형에서는 한 응시자가 ‘오로치마루’라는 이름으로 응시해 합격했다.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줄거리를 자기소개서에 담아 합격한 사례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이 응시자가 게시한 사진을 보면, 최근 코레일의 이슈에 대해 한 가지를 언급하고 그것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기술하라는 문항에 “테란, 저그, 프로토스의 세 종족이 서로 대치하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실시간 전략 게임으로 여러분은 이들이 각자 군사적 행동을 벌이면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을 다루는 이야기 안에서 서로 다른 종족들이 가진 세 개의 챕터들에 참여하게 된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자기소개서를) 스타크래프트 내용으로 적고 대충 시험을 본 다음 합격 확인을 했는데 붙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응시자들이 장난으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서류 지원을 해도 합격하는 이유는 블라인드 채용 때문이다. 코레일은 전공 관련성, 학교 성적, 자격증, 경력 등을 평가하던 관행을 버리고 2017년부터 중복 지원과 자기소개서 분량을 400바이트 미만으로 제출한 사람만 걸러내고 그 외 지원자 전원에게 필기 응시의 기회를 주고 있다.
한 누리꾼은 “최저 토익만 넘기면 지원자격이 생겨서 서류는 바로 통과”라며 “다만 필기 NCS(직무능력시험)에서의 점수와 자격증 가점으로 실채용인원 2~3배수만큼 뽑고 난 다음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자소서 검토와 경력증명서 및 자격증을 제출받는 식”이라고 말했다.
가명으로 서류 전형에 지원한 이들은 필기 시험장에서 서류와 신분증을 대조하기 때문에 실제로 시험을 볼 수는 없다.
올 하반기부터 코레일은 이메일 인증을 도입했다. 그러나 인증 과정에서 실명이 아닌 확인 메일을 통해 검증하고 있어 지원자들의 정확한 신원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코레일 측은 KBS에 “(허위지원은) 인터넷상에서 채용 관련 논란이 이는 등 문제점이 있다. 내년부터 휴대폰 등을 통한 개인 실명인증 절차를 도입할 계획”이라면서도 “장난 지원자 등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영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