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주재 미국 고위 외교관이 민감한 정치적 내용을 담은 트위터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가 주재국의 거센 반발을 샀다. 대사관 측은 기술적 오류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터키 정부는 이 외교관을 초치해 항의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터키 외교부는 6일(현지시간) 제프리 호브니어 터키 주재 미국 대리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호브니어 대리대사의 트위터 계정은 데블렛 바흐첼리 민족주의행동당(MHP) 대표가 위독한 상태이며 그가 사망한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내용의 트윗에 ‘좋아요’ 버튼을 눌러 물의를 일으켰다.
바흐첼리 대표는 레지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정의개발당(AKP)의 연정 파트너다. 터키 언론에 따르면 문제의 트윗을 올린 인사는 터키 국내에서 수배령이 내려진 언론인 에르군 바바한으로 알려졌다. 이 인사는 2016년 군부 쿠데타 미수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과도 연계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브니어 대리대사가 해당 트윗에 ‘좋아요’를 누른 사실이 전해지자 터키 여권은 거세게 분노했다. 야당 역시 미국 대사관이 터키 의회를 모욕했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대사관 측은 직후 “오류로 인해 무관한 게시물에 ‘좋아요’가 눌렸다”고 해명했다.
대사관은 호브니어 대리대사가 터키 외교부에 초치돼 항의를 받은 이후 재차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대사관은 “미국은 에르군 바바한과 연계하지 않았으며 그의 트윗 내용을 지지하거나 동의하지도 않는다”며 “오류가 발생한 데 대해 다시금 사과한다”고 밝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